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즉각 보고받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현지시간으로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페루 리마 방문 도중 이완구 총리 사의를 보고받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보고 받았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덧붙여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업무에 철저히 임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덧붙였다.
또,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이완구 총리 사의 수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대목에서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더 이상 국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민심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출국 직전인 지난 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이완구 총리 거취 문제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과거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 때와 마찬가지로 이완구 총리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실제로 지난 18일 <TV조선>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많이 실망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자판기 대응’이나 ‘언론 구설수’가 나왔을 때 이미 한 차례 기대가 꺾였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리의 섣부른 해명 과정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의 실망이 크다”며 “완전히 돌아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완구 총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