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업계 2위인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년래 최저치를 찍으면서 업계 3위인 롯데칠성음료에 따라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1일 전자공시된 하이트진로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723억, 937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은 75%(8059억원)올랐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27%(351억) 떨어진 수준이다. 이에 따라 4년 사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12.1%→5%로 7.1%p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기준 지난해 주류업계 순위는 ‘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로 나타났지만, 하이트진로가 올해에도 2위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류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잇따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년째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OB맥주의 경우 세 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지키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과 비교해 오히려 2%p 올랐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4년전 보다 영업이익률이 3%p 하락하기는 했지만, 하이트진로(7.1%p↓) 보다는 감소폭이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롯데칠성음료가 충주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올해 3월부터 맥주제품을 내놓으며 지난해 맥주 생산량의 두 배 수준인 10만㎘를 생산할 것을 예고하면서, 하이트진로의 입지가 더욱 위태롭다.
◆ 경쟁률 3.75:1 회사채 발행 ‘선방’
하이트진로가 몇 년째 영업이익률 하락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예정돼있던 회사채 발행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21일 하이트진로에 확인한 결과, 지난 16일 12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된 수요예측에서 4500억원이 몰려 3.75: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한숨 돌렸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소주사업과 1분기 맥주 사업 회복에 따른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12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당초 수요예측 시기를 14일로 정했지만,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금리 등 추가 논의사항이 발생해 16일로 예측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1200억원 회사채 발행은 오는 23일 만기 상환되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과, 원자재 매입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일 2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회사에서 등급 평정을 받아야 하고, 받은 등급 중 낮은 등급을 기준으로 희망금리를 산정한다. 하이트진로가 신용평가를 받은 곳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다. 한신평은 A+(안정적) 등급을 유지했지만, 한기평은 기존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강등됐다.

◆ 하이트진로, 6월 NICE 신용평가는 어쩌나
한기평은 하이트진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로 최근의 재무부담 증가 추세와 맥주사업 부진을 꼽았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2165억)은 전년도 보다 23.2% 감소한 수준이었다. 매출이 1조8723억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각전영업이익 마진은 5%다. 전년 8.5%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악 3.5%p 가량 줄어들었다. 한기평이 애초 A+등급 유지 조건으로 ‘상각전영업이익 마진 15% 이상’을 기준했던 점을 감안하면 신용등급을 A로 강등한 상황이 납득 된다.
다만 한신평은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재무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존 등급으로 유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향후 NICE의 신용등급 평가다. NICE는 기업 정보와 개인 신용정보 등을 데이터로 만들어 공급하는 금융정보 전문 업체로 오는 6월까지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정기평가 결과를 도출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NICE가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을 A로 낮춰 평가하면 최소 6개월 동안 유효등급이 A로 유지되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등급 설정은 실적과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맥주 주력 브랜드인 하이트와 맥스의 지난 1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급등세를 보이는 등 나아지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등급 설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ICE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는 주력 사업에 대한 계획, 수익성 개선 가능성 등이 점검된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인위적으로 개선 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이를 감안한 유통금리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하이트진로의 재정건전성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