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 회장이자 중앙대 재단의 박용성 이사장이 교수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목을 쳐주겠다” 등의 막말을 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자 두산중공업 회장과 재단 이사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대 재단은 두산이 진두지휘 할 것으로 보여 근본적 문제해결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중앙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막말논란이 인 박 이사장을 고발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의 막말 파문은 한국 대학사회와 구성원들을 모욕하고 협박한 ‘대학판 조현아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누리 비대위원장은 “재벌이 사립대학을 당당하게 자기 소유물처럼 여기고 전횡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대 이사회는 고 박병두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다섯 아들 중 3째 박용성, 4째 박용현, 5째 박용만 이렇게 세 아들을 이사장과 이사로 두고 있다. 박 이사장이 막말논란으로 이사장 직을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사남과 오남은 직책이 그대로다. 이외 비대위가 사임을 요구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 또한 이사진이 임명한 사람이고, 총 11명의 이사진 중 조남석 두산엔진 부사장과 이병수 두산기계 사장이 포함돼 있다.
두산이 장악하다 시피한 중앙대 이사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최근 대학 이사회가 막강한 권력으로 전횡을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원여대의 경우 납품비리 혐의가 있는 이재혁 전 총장을 재선임해 대학 구성원과 갈등을 빚었고, 상지대도 이사회가 구 재단의 김문기 씨를 총장으로 선임하려고해 재단과 교수진 간 대립이 있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의 노준기 위원장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자본주의가 최소한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벗어나 재벌위주 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천민자본주의라고 일컫는데, 박용성 이사장 파문은 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산은 과거에도 노동자들을 탄압하기로 유명했던 기업인데, 그런 기업 운영방식을 대학에 적용했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라며 “재벌이 대학을 사유하면서, 대학을 대학답지 않게 운영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꼬집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