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친박 핵심 인사들에게 부정한 돈을 전달했다는 육성과 메모 기록을 남긴 채 목숨을 끊어 그의 폭로에 대한 진실규명 논란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 절대 다수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사실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4일 발표한 4월 4주차(21~23일) 주간집계에 따르면, ‘성완종 메모의 여당 정치인들 금품 수수’에 대한 설문에서 응답자 84%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자는 3% 극소수에 불과했고, 나머지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특히,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이 여권 핵심 실세들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지지층(378명)에서조차 78%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의혹에 연루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은 고인이 된 성 전 회장의 메모를 더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282명)은 무려 93%가 “대부분 사실일 것”으로 보고 있었고, 무당층(293명)도 81%가 “사실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야당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압도적 여론은 ‘성 전 회장이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성완종 메모 외에 다른 장부에 야당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었다.
관련해 응답자의 82%가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6%에 그쳤고,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조차 78%가 “제공했을 것”으로 봤고, 새누리당 지지층은 87%, 무당층은 79%가 “제공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국갤럽은 “우리 국민 약 80%가 여야 불문 일부 정치인들의 금품 관련 의혹을 사실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그 때문에 특정 정당 지지를 철회한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며 “실제로 파문 이후 새누리당 지지도는 2%p 하락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차떼기’, ‘돈봉투’ 사건 등은 정당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최근 인사청문회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고위 공직자의 정치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이 높아 검찰 수사나 특검 결과에 따른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성완종 파문에 따른 특검 도입 여부 문제에 대해선 응답자 64%가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럴 필요 없다’는 반대 의견은 22%로 나타났다.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특검 도입 의견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30대(82%),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75%) 등에서 특히 높았다.
40대 이상(약 28%)과 새누리당 지지층(28%) 등에서는 ‘그럴 필요 없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이번주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p 소폭 상승한 35%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주 성완종 파문 직격탄을 맞아 1주 만에 5%p 폭락했던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껏 해외 순방 등 외교 이슈에 따른 효과로 위기를 타개해왔던 바 있지만,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임에도 1%p 상승에 그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7%를 기록, 전 주 대비 3%p 더 상승했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자들은 그 이유로 ‘외교/국제 관계’(24%) > ‘열심히 한다/노력한다’(20%) > ‘부정부패 척결’(10%) > ‘주관, 소신 있음/여론에 끌려가지 않음’(9%) > ‘복지 정책’(7%) 등의 순으로 꼽았다.
반면, 국정수행 부정평가자들은 ‘인사 문제’(21%) > ‘소통 미흡’(14%) >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다’(10%) > ‘세월호 수습 미흡’(8%) = ‘리더십 부족/책임 회피’(8%) > ‘경제 정책’(6%) > ‘공약 실천 미흡/입장 바뀜’(5%) 등이 지적됐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부정평가 이유에서 ‘인사 문제’ 지적이 지난 2주간 17%p 증가했다”며 “해외 순방과 함께 긍정 평가 이유에서 ‘외교/국제 관계’가 2주에 걸쳐 10%p 증가했으나, 과거와 달리 직무 긍정률 상승을 견인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주요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38%, 새정치민주연합 29%, 정의당 4%, 무당층 29%로 조사됐다. 새누리당과 정의당 지지도는 변동이 없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만은 4%p 크게 올랐다. 무당층은 4%p 감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도 상승과 관련해 갤럽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진보 성향 무당층이 야당으로 결집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비호감이 강화돼 반사 이익으로 작용했을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