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장세주 회장, 정원주 사장과 왜 달랐나
구속 면한 장세주 회장, 정원주 사장과 왜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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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용처의 경중, 수사 진행 상황, 그룹내 위치 등 의견 분분
▲ 28일 200억원대의 횡령과 고액 도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왼쪽)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반면 지난 23일 비슷한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흥건설 정원주 사장(오른쪽)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여졌다. ⓒ뉴시스·중흥건설

2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일부를 원정 고액도박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현단계에서의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수익성 악화와 자금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동국제강은 일단 장세주 회장이 구속을 면함에 따라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동국제강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룹 경영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할 준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정황이 나올 경우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 따라 보강 수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고 있다.

또한 지난 21일 소환조사에서 검찰은 주로 장세주 회장의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동국제강은 계열사인 DK유엔씨, 페럼인프라 등 계열사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이 과정에서 거래대금 부풀리기 등이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주 회장은 현재 철강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부당하게 거래하거나, 동국제강 미국 법인에 설비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 200억 원을 횡령해 개인적 용도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자신이 가진 부실계열사 지분을 우량계열사가 사들이도록 하고 다른 계열사에 이익배당을 포기하도록 해 10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25년 전에도 장세주 회장을 복역하게 만들었던 고액 원정 도박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장세주 회장은 미국에서 벌인 도박에서 판돈 80억여 원 중 절반인 400만 달러 정도를 빼돌린 회삿돈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지난달 28일 장세주 회장의 자택과 동국제강 본사 페럼타워, 일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21일 소환조사를 거쳐 지난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상습도박,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등의로 장세주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페럼타워(왼쪽)와 광주에 위치한 중흥건설 본사(오른쪽)의 모습. 현재 장세주 회장과 정원주 사장이 구속 여부에서 엇갈린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중흥건설 홈페이지

◆중흥건설 정원주 회장은 구속, 왜?
한편 장세주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비슷한 규모의 횡령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과 비교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3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이준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난 20일 정원주 사장에 대해 분식회계를 통해 2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늦은 밤인 10시 40분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준철 부장판사는 “검찰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중흥건설 정원주 사장과 관련된 차명계좌 10여개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원주 사장의 변호인단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지역 경제의 악영향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원주 사장의 구속으로 중흥건설은 올해 진행하기로 한 신규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부패와의 전쟁’ 기조 속에서 나란히 진행되고 있는 정원주 사장과 장세주 회장의 수사는 각각 금융당국과 감사원의 선행조사에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추정되는 횡령액 규모도 200억원 남짓으로 유사하다.

반면 정원주 사장의 수사는 장세주 회장의 수사와 달리 비자금 사용 용도의 경중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개인적인 원정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지만, 정원주 회장은 ‘제2의 성완종’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며 호남 정치권과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장세주 회장에 대한 또 다른 혐의 중 하나인 해외 법인의 물품대금 부풀리기 의혹은 2011년 국세청의 고강도 특별세무조사 등을 통해서도 자료가 확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도박과 관련해서도 미국 수사당국 자료도 이미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이 수사 경과에 따라 현재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원주 회장은 9차례의 실시계획 변경으로 논란을 빚은 순천 신대배후단지 개발 과정에서 공무원 및 전현직 일부 정치인들에게 비자금 일부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직원과 가족 명의로 된 차명 계좌들을 찾아내 회사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정원주 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사법부가 철강업계가 불황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빅3’를 차지하고 있는 동국제강 그룹의 정점인 장세주 회장을 구속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자칫 그룹 총수를 구속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회사의 존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정원주 사장은 아버지인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 있어 총수 공백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중흥건설이 주택공급실적 전국 3위에까지 오르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경영 위기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했을 것으로 판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 분양시장 경기 활성화로 건설업계가 나름 ‘훈풍’을 받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부담 경감의 요소가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장세주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횡령금액 중 100억원 가량을 급히 변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5시간 앞둔 시점에서 국내 횡령 자금 중 105억원을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영장심사서류에 영장 발부 도장까지 찍었다가 변제 사실을 파악하고 수정액으로 지운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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