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AIIB참여 결정 시기에 대해 “‘이 타이밍이다’하는 시점에 발표했다”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지분율 배분 협상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최 부총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영국의 AIIB 가입 발표 이후에야 가입 의사를 뒤늦게 밝혀 지분율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는 일각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전략을 잘못 세워 망한 것처럼 얘기가 나오지만 사실무근”이라면서 “중국 재무장관과 여러 차례 만났으며, 미국 재무장관은 물론 호주 재무장관과도 물밑 조율을 여러 차례 한 뒤 ‘이 타이밍이다’하는 시점에 발표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가국들의 지분율 배분은 참여를 선언한 시점과는 무관하게 합의된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에 따르면 지분율의 경우 참가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준 GDP 산정을 환율만 반영되는 경상 GDP로 할지, 구매력평가(PPP)가 반영된 실질 GDP로 할지, 아니면 둘을 조합한 방식으로 할지에 따라 나라별로 점하는 득실이 달라지게 된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경상 GDP에 60%, PPP 반영 실질 GDP에 40%의 가중치를 뒀을 경우 한국의 지분율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AIIB의 지분율은 이달 중 최종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총리는 일각에서 한국 지분율이 3.5%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대강 그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분율) 순서가 중요한데 순서가 바뀔 수 있어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AIIB와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한국이 고위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번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때 중국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측 인사 한 명을 AIIB (설립준비) 사무국에 파견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에 대해 “보수적으로 봐도 작년 수준인 3.3% 성장률은 가능할 것”이라며 “연초에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하방 리스크가 커져 지난해 수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산 편성 등 추가 부양책 실시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 부총리는 “확장적 기조를 더 강화할지, 아니면 유지하는 데 그쳐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경기흐름을 더 지켜본 뒤 상반기가 끝날쯤 가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할 때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재정정책에 대해) 국가부채 등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올해 예산을 이미 지난해 보다 5.5%나 늘렸기 때문에 더 이상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추가 재정정책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