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7~2009년 해군에 인도한 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의 잠수함 평가 비리 혐의로 최근 압수수색을 두 차례 받은 가운데, 당시 잠수함 평가의 편의를 봐주고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예비역 해군 중령이 구속됐다.
16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들 잠수함의 인도 과정에서 성능 문제를 눈감아 준 대가로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당시 해군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이던 예비역 해군 중령 임모(57)씨를 구속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합수단은 임 씨의 평가조작으로 현대중공업이 인도를 마치게 되면서 정부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평가 기준에 미달됐다는 판정이 나왔을 경우 현대중공업이 성능 개선 후 납품의 과정을 밟았다면 정부에 보상금을 내야 했지만, 평가 조작 때문에 보상금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합수단은 임 씨가 성능문제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해군사관학교 선배였던 전 현대중공업 상무로부터 전역 후 취업을 약속받은 정황도 포착해 ‘부정처사후 수뢰’ 혐의도 추가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저녁 합수단은 해군 잠수함 부실 평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특수선사업부와 인력개발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2월에도 임 씨의 현대중공업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임 씨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에 취업한 군 관계자는 7~8명에 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잠수함은 2000년 12월 1800t급 신형 잠수함인 214급 잠수함을 발주했던 KSS-II(장보고-II) 1차 사업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을 꺽고 낙찰에 성공한 1번함 손원일함, 2번함 정지함, 3번함 안중근함 세 척이다. 214급 잠수함 도입사업에는 총 1조2700억원이 투입됐다.
이들 세 척의 잠수함은 2006~2008년 차례로 진수돼 2007~2009년 취역했다. 당시 1~3번함은 현대중공업의 첫 잠수함 도전이었던 만큼 해군에 인도될 당시 적정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으나, 현대중공업이 로비스트를 통해 핵심 성능 평가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군 당국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합수단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현대중공업이 임모 씨에게 청탁을 했고, 인수평가 과정에서 연료 전지 등 핵심 부품의 성능이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임 씨가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평가 방법을 바꾸는 등 각종 편의를 봐주고 현대중공업의 간부급으로 취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 씨는 1~3번함의 인도가 끝난 2010년 3월 부장급으로 현대중공업에 영입됐다. 3번함인 안중근함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인도를 마치고 취역식을 가진 지 4개월 후다.
반면 2차 압수수색 당시 현대중공업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기 전에 어떠한 입장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