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예리한 여성특유의 민감함으로 민원인을 위한 행정서비스
법원 변화의 핵심, 광주지방법원
◆변화의 핵심,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은 딱딱한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판사 흡연실을 없애고 휴식 공간을 늘린 것이다. 종합민원실 또한 ‘일반 은행에 온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확 바꾸었다. 종합민원실은 그동안 사무실이 2개로 분리되어 있어 공간이 넉넉지 못해 민원처리를 하는 데 애를 먹게 했는데 분리된 벽을 허물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이제는 직원들과 민원인들에게 최상의 만족을 주고 있다.
법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철문으로 이루어져 위압감이 느껴지던 각 과의 출입문을 통유리 문으로 교체하었는가 하면, 환풍이 잘 되는 4층 판사전용 흡연실을 개조하여 여직원 휴게실로 만들었다. 기존의 어둡고 밀폐된 공간인 여직원 휴게실은 유축실 ‘엄마랑 아기랑’으로 개조하여 여직원들이 마음 놓고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4월 14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법원가족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 직원은 “짧은 시간의 음악회를 통해 법원의 무거운 정서를 깰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민원인들과도 함께할 수 있었기에 법원가족과 민원인들 모두가 하나 되는 보람된 음악회가 됐다”고 하며 법원에서 즐길 수 있었던 음악회의 낭만을 값지게 여기기도 했다.
더불어 직원들의 업무를 능률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매월 ‘친절베스트’도 선정하고 있다. 친절한 직원을 뽑아 상을 주는 제도로 직원들의 친절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민원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장애인 및 노약자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몸이 불편한 그들을 위해 전용 창구를 설치하고, 담당 창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창구마다 미디어간판(형광간판)을 설치했다.
◆두 가지 변화의 핵심
광주지방법원이 변화에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노약자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의 개선과 법원 내부 직원들의 일할 맛 나는 환경조성하기가 그것이다. 노약자 및 장애인에 대해서는 민원서비스를 받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안내원을 투입시켜 그들의 눈과 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정용만 노조사무국장은 그러한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수안 법원장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현관문을 들어가 보며 불편사항을 수정한 것”이라고 하며 “전수안 법원장의 섬세함을 통해 이 같은 시설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법원 직원들에 따르면 전수안 법원장은 하루 스케줄을 직원들에게 e-mail로 띄우는가 하면, 하위직 공무원들과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법원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대화의 장을 열고 법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하여 서로 감추지 말고 서로 부끄러운 사연까지도 털어놓고 대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도 전수안 지법원장의 빼놓을 수 없는 전직원 한가족 사랑 정신이다.
또한 그는 직원들과의 격을 좁히기 위해 사비(私費)를 털어 각 부서원들과 점심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우리끼리 털어놓고 해결하지 않으면 법원 밖의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며 본인을 “외지 손님으로 대하지 말라”고 속마음을 털어 놓기도 한다.
이러한 전수안 법원장의 노력들은 모두 칭찬으로 되돌아온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이강천 지부장과 임직원들은 “법원 내부의 노동자와 법원장과의 관계가 다소 대립적이고, 충돌이 많은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수안 법원장은 노사와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축’을 이뤄 모두가 존경하는 법원장이다”고 하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법원장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더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더욱이 그는 “실내 미세먼지로 직원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화분이나 난’을 사비로 구입하여 나눠주는 등 사려 깊고 이해심 많은 분”이라고 하며 전수안 법원장의 세심한 배려도 빠짐없이 자랑했다.
◆사법계에도 여성의 바람이 분다
전국의 모든 법원이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 때, 대민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법원의 변화를 강조하는 이명철 광주지법공보관(판사). 이러한 마인드는 법원장 뿐만 아니라 법원 공무원 모두가 변화의 중심에서 노력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강천 법원노조광주지부장은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면을 앞세워 군림하던 전 법원장들의 모습만 보다가 새로 부임하신 최초의 여성 법원장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법원 내부도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며 전수안 법원장의 리더십을 추켜세웠다. 사법고시를 통과한 인원 중 여성이 전체 인원의 40%를 육박하고 있는 시대에 사법계에도 여성의 바람은 무섭게 불고 있는 것이다.
광주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후 민원인과 직원과의 관계 등 제반사항을 살피기 위해 법원 산하 기관 등을 초도순시(初度巡視)하던 전수안 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예산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며 현장행정의 시급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섬세하고 예리한 여성 특유의 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법원 가족 한마당 잔치 행사로 불우이웃돕기
법원노조 광주지부는 2004년도부터 춘계체육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제1회 광주지방법원 예술대전을 개최하는 등 전 직원들이 모두 참여, 작품을 출품하거나 기부 받아 법원청사 내에서 전시회를 열어왔다. 수익금은 소년소녀가장, 부자(父子)가정, 독거노인 등 총 103명에게 700여만원을 전달하는 등 이웃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2005년 하반기에는 결손가정 돕기 기금마련으로 ‘제2회 법원가족 한마당 잔치’를 개최하여 시민과 직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한마당 화합의 장을 사법부 사상 최초 광주법원 내 광장에서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해 역시 행사를 개최하고 얻은 수입금은 어려운 이웃돕기에 쓰여질 것”이라고 법원공무원 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이강천 지부장은 밝혔다.
전수안 지법원장이 부임 한 후 노조위원회도 새로운 변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노조위원회가 시위하는 일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노조와 법원이 상생의 길로 방향을 잡았다. 형식적인 법원보다는 모두가 참여하며 공존 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도 이제는 책임경영의 시대
이제는 사기업 뿐 아니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예외 없이 “책임경영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미 민원부서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근무함으로써 각자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책임경영의 주체가 되고 있다. 과장은 과원의, 실장은 실원의 CEO로서 경영의 주체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법원장은 이제 법관과 직원들의 정점에서 군림하는 입장이 아니다. 최적의 조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고, 격려하는 경영자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이에 전수안 법원장은 어떤 사건이든, 민원이든 “사랑이 많은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고, 사랑을 많이 베푸는 것이 일을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쉬운 일이나 편한 일보다 어렵고 중요한 일, 남들이 기피하는 궂은 일 맡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정부, 지원받기 위해선 최고의 서비스로
광주지방법원은 월 인건비만 십 수억원에 이른다. 이 인건비는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각종 정부기관으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세금으로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법부 직원들의 인건비는 국민이 질서와 평화유지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투자자들을 법원이 외면한다면 법원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존립 근거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법원은 민원인들에 대한 서비스를 최대한 향상시키고, 서비스의 최 일선에 있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첫 시도, 광주지방법원이 사법계뿐 아닌 국민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를 우리는 주목해야할 것이다. 취재 윤여진기자 @sisafocus.co.kr
박혜정 기자@sisafocus.co.kr
사진 송원제 기자 of_photo@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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