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종합건설로 회사의 기틀을 잡아 신안그룹을 일으켜 세웠지만 해외 원정도박 파문과 그룹 자회사를 통해 이자놀이를 했다는 추문에 휩싸였던 박순석(71) 신안 회장이 지난 19일 불법대출 알선료로 5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로 부터 구속영장을 청구 받았다.
이날 춘천지검 속초지청(지청장 황병주)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3년 해양심층수 개발업체 대표 김모씨(57)로부터 강원도 양양의 공장부지 인수 자금 대출을 부탁받은 뒤 계열사인 신안저축은행을 통해 총 2차례에 걸쳐 48억원을 대출받도록 도와줬고, 그 후 자신의 측근 정모씨(60)를 통해 대출 알선료 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모씨는 이미 지난 3월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해양심층수 개발업체 대표 김씨는 검찰에 “박 회장은 정씨와 함께 해당 공장 부지를 수차례 둘러보기도 했고 정씨와 함께 알선료를 받아갔다”면서 “5억원 중 일부는 마카오·필리핀 등 해외 카지노에 빚진 돈을 갚는 데 썼다는 말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박 회장이 정씨를 앞세워 불법 대출을 알선해 준 뒤 만들어진 비자금을 이용해 해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 그린씨엔에프대부, 박 회장 사금고?
앞서 검찰은 박 회장이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작년 5월 바카라 도박을 한 사진을 확보했다. 검찰이 입수한 사진에서 박 회장은 1개당 1만 홍콩달러(한화 약 140만원)짜리 칩 수십개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박 회장과 정씨가 함께했다.
검찰은 불법대출 알선료로 받은 5억원 외에도 더 많은 돈이 해외 원정 도박 비용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자금 루트로 꼽히며 박 회장의 ‘사금고’로 지목된 곳은 신안그룹의 계열사 신안저축은행과 그린씨엔에프대부다.
특히 최근 박 회장이 그린씨엔에프대부를 통해 100억원대의 이자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그린씨엔에프대부는 신안그룹의 지주 회사로써 박 회장이 지분 100%를 자기고 있는 (주)신안이 지분 41%를,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 47%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그린씨에프대부는 박 회장과 계열사로부터 각각 1744억원과 561억원을 단기로 빌렸다. 이렇게 총 2304억원을 확보한 그린씨엔에프대부는 다시 박 회장의 첫째 아들인 박훈 휴스틸 부사장에게 129억원을 빌려줬다.
이외 신안에 142억원, 신안레저에 362억원, 신안종합리조트에 174억원, 신안관광개발에 367억원, 코지하우스에 175억원, 인스빌에 230억원, 프레빌에 9800만원, 신안개발에 7960만원, 아름연화장품에 1030만원, SWM인터내셔널에 3935만원 등 지주회사 포함 총 10개 계열사에 약 1600억원을 빌려줬다.
박 회장은 이후 그린씨앤에프대부에 빌려준 1744억원의 대가로 이자비용 명목 152억원을 챙겼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신안에 6.9% 금리로 1332억 원을 빌려주고 15억 원의 이자수입을 올린 바 있고, 지난해 9월경 신안상호저축은행에 627억 원을 빌려주고 38억 원의 이자수입도 챙겼다.
박순석 회장→그린씨앤에프대부·신안상호저축은행→신안그룹 계열사 순으로 자금이 투입됐다가 다시 반대로 이자수입을 거둬들이는 순이다. 이 구조를 통해 박 회장이 가만히 앉아서 받는 이자수입만 해도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마련한 돈을 원정 도박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추정하고 있는 박 회장의 해외원정 도박 규모는 10억원 내외다. 박 회장은 2013년 2월 마카오 MGM카지노를 방문해 160만 홍콩달러(한화 2억2000만원)를 날렸고, 3개월 후인 5월 이 카지노에서 750만 홍콩달러(한화 10억5000만원)를 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은 리베라호텔과 신안저축은행, 리베라CC·신안CC 등 호텔과 골프장, 금융회사 등 20여개 계열사를 둔 신안그룹의 실질 소유주로 지난 2001년 40억원대 내기 골프를 치고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