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국익에 필요한 것을 처리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21일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을 주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특별대담에서 “어젠다 2010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다섯 가지 개혁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이며, 현재 독일경제 회생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개혁정책이다.
그는 “‘어젠다 2010’을 진행할 때 독일에서도 반대 시위가 많았다”면서 “정치가들은 시위가 잃어나면 두려움이 생기고 개혁에서 한발 물러나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가라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독일 총리직을 수행하던 슈뢰더 전 총리는 ‘어젠다 2010’에 대한 반대론이 불거지며 정권을 넘겨준 바 있다.
그는 “당시 독일은 저출산, 고령화, 고실업률, 연금고갈 등 심각한 위기에 있었다”면서 “개혁결과가 나중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고통스러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면서 어젠다 2010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젠다 2010에 대한) 반발은 선거에 다 반영됐고 결국 우리는 선거에서 패했다. 그 수혜는 현 정부가 다 누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정치가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추상적인 차원에서는 모두 개혁에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군가 손해를 보게 되면 저항이 거세진다”며 “진정한 정치가라면 필요한 일을 관철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권력을 잃을지라도 필요한 일을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혁의 결과는 오랜시간 뒤에 나온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저는 어젠다 2010 때문에 권력을 잃었지만 현재 정권은 개혁의 수혜자가 됐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개혁은 정체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어 진행된 특별 대담에서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정부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동맹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논의를 했지만 노사는 서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보였고 정부에 대해 요구만 했다”면서 “결국 정부가 의뢰한 하르치 위원회가 개혁안을 마련했고 그 개혁안을 갖고 입법을 했다”고 설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사실 개혁은 선거를 통해서 구성된 정부와 그 정부 수반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면서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이 시도하고 있는 아래에서 위로의 개혁을 지적한 셈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차이와 연공서열 등 국내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봉 차이가 크다는 것”이라면서 “독일 기업도 정규직과 하청근로자간 연봉차이는 나지만 한국만큼 크진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독립성을 높이고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임금체계도 연령이 아닌 성과에 따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