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카드대출 규제 압력이 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들의 장기대출인 카드론 대출실적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드사 겸업 은행인 NH농협은행 카드론 대출실적이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94%나 늘어나 공격적인 카드론 사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더구나 신용카드 회원 중 농민이나 단위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 NH농협 카드론, 조합원 상대로 카드론 장사?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롯데, 하나, 우리, NH농협카드를 포함한 8개 카드사들의 카드대출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9448억원이 늘어난 23조22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와 장기대출인 카드론의 명암은 엇갈렸다. 현금서비스는 같은 기간 8576억원이 감소한 반면, 카드론은 1조8024억원이 증가했다.
사실 현금서비스는 지난 6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감소율(전년대비 기준)은 2009년 8.2%, 2010년 0.2%, 2011년 1.4%, 2012년 6.5%, 2013년 8.9%, 2014년 7.9%다. 현금서비스 취급액 비중도 지난 2011년 76.8%에서 2012년 75.2%, 2013년 70.6%, 지난해 67.6%를 기록해 차츰 70%선이 무너졌다.
반면 카드론은 5년 연속 증가해 증가율(전년대비) 기준 2010년 42.3%, 2011년 0.7%, 2012년 2.4%, 2013년 15.2%, 2014년 4.4%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카드론 대출 비중도 증가해 지난 2011년 23.2%에 불과했던 비중이 지난해 32.4%를 차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카드론 대출이 상승세에 있는 가운데 NH농협카드의 경우 카드론 실적이 1년 만에 약 194% 늘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카드론 시장 성장 속도를 훨씬 웃돈다. 더구나 NH농협은 농민과 조합원으로 이뤄진 특수목적 은행으로 10%대 고이자로 카드론 장사에 혈안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 NH농협카드 "이제 갓 시작했는데 뭇 매"
실제 지난해 3월 NH농협카드에 신응환 사장이 영입돼 카드론 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지난해 1분기 1227억원이던 실적이 2분기에 지난해 4분기에 3배 이상 증가한 4495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는 36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94%나 늘어났다. 업계 성장률이 50%이하임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수치다.
농협카드 카드론 취급액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1~3% 이율의 예금을 받아 농민과 조합원을 상대로 10%가 넘는 카드론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카드는 실상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 카드론 담당자는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농협이 카드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하지만 지난해 1~2분기에 발생한 ‘개인정보유출’사태로 3분기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카드론 대출액을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해 성장세를 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농민이나 조합원들에게 카드론 장사를 한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현재 농협카드에 가입한 조합원은 5%정도”라면서 “농민들이나 조합원들은 정부정책자금이 많이 지원돼 카드론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농협 카드론 이자율은 평균 12.5% 정도로 타 은행 카드론 이율과 비교해 3~4%나 낮고, 카드론 대출도 400~500만원대로 비조합원 대출이 더 많다”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카드론 금리가 평균 12~15% 내외로 은행 신용대출 상품보다 높지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을 포함한 제 2금융권에서 받는 신용대출 금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자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카드론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전업과 겸업을 포함해 시장 규모가 3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농협 카드론 관계자는 “카드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취급액도 적고 아직 수요도 적은 실정인데도 여러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실적면에서도 당분간은 올해 1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