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대비 전지훈련이 남긴 문제점
본선대비 전지훈련이 남긴 문제점
  • 김윤재
  • 승인 2006.06.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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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대비 혹독한 신고식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가 6월13일 토고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표팀의 월드컵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로 입성하기전 자신이 감독으로 있던 스코틀랜드 글래스코에서 마지막 전지훈련을 했다. 이 전훈에서 대표팀은 가상 스위스를 생각한 노르웨이와 가상 토고전인 가나와의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1무 1패의 성적을 거뒀다. 독일에 입성하기 전 스코틀랜드를 1차 적응 무대로 삼는다는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의 계획은 충실하게 수행됐고, 노르웨이 가나 등 훌륭한 팀들을 상대로 값진 경험도 얻었다. 그러나 파주NFC에서 드러났던 문제들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1차전인 토고전이 불과 8일 앞둔 상황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6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머레이 파크에서 마지막 훈련을 끝으로 11일간의 스코틀랜드 일정을 모두 마치고 7일 오전 전장인 독일로 떠나게 된다. ◆태극전사들 몸이 무겁다 장기간의 이동 거리와 훈련이 문제였는지 태국호는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피로도가 눈에 보이게 심하게 나타났다. 지난 2일 노르웨이전에선 전반부터 선수들이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자신들보다 체격적으로 월등히 높은 노르웨이를 상대로 힘에 부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지난 4일 가나전에서도 전반 중반 활발하게 움직였던 몸놀림이 후반 들어 상대의 압박이중앙부터 심해지자 힘에 부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더욱이 후반 교체된 설기현 선수는 공을 패스하고 자주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여야 되는데 몸이 무겁다보니 자기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선수들도 손에 꼽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선수단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문제가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23명 전체가 피곤한 상태다. 몸 상태가 100%에 이르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 기간을 이겨내면 체력이나 컨디션이 한 계단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선수들도 있지만 토고전이 불과 8일 후에 벌어진다는 사실을 볼 때, 선수들의 몸 상태가 갑자기 상승할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플레이의 역동성 '부족'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글래스고 전훈에서 공격수들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를 때와 달리 왼쪽에 섰던 설기현(울버햄프턴)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에 박주영(FC서울)을 세워 자체 연습경기를 치렀다. 중앙에는 안정환(뒤스부르크)이 항상 주전으로 나왔다. 지난 2일 노르웨이와 원정 평가전에서는 박주영 대신 정경호(광주)를 왼쪽 윙으로 내보내 풀타임을 소화하도록 했다. 가나전에서는 박주영-안정환-이천수(울산)로 다시 새로운 선발 스리톱 조합을 선보였다. 전방 공격진에 연결되는 패스가 미끄럽지 못하고 공격 패턴 자체가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표팀은 노르웨이전에서 양쪽 측면 공격수들이 자기자리만 지켜며 공격을 단행했고, 이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인해 상대 수비가 쉽게 우리 공격을 차단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물론 자기자리를 지키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움직임이 없는 밸런스 유지는 득점과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평이다. 결국 좌우 측면 날개들이 원톱과 활발하게 위치 변경을 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좌우 수비수들이 적절한 오버래핑을 하면서 한국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한 플레이를 해야 하지만 이번 전훈에서가진 평가전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측면 공격 라인이 고립돼 있다보니 2선에서 안정환과 조재진 등 원톱을 향해 부정확하게 띄워 주는 전진패스가 많았고, 이는 공격을 전개할 때 맥이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종된 중원과 압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 때부터 한국에서 어렵게 여겨졌던 4-3-3 포메이션을 도입,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중원에 2명이 포진하는 3-4-3 포메이션과 달리 4-3-3 포메이션에선 3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좌,우 윙백이 활발한 오버래핑을 할 수 있는 측면을 강조했다. 그리고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이른바 더블 볼란치라 불리는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골자로 한 정삼각형 중원 구상을 3월 앙골라전부터 현실로 옮겨왔다. 국내에서의 평가전은 실험이었지만 당연히 본선을 가상으로 상대한 노르웨이 및 가나 전에서는 정 삼각형 중원이 완성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전훈 중 박지성과 이호 김남일 이을용 등 중원을 구성하는 핵심 4인방이 모두 부상을 당했고 노르웨이전을 사실상 2진으로 치르고 말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4인방의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가나전에서 한국팀의 유일한 골을 성공시켰던 이을용만이 자기 컨디션을 찾고 있을 뿐, 대표팀 소집 이후 두 번이나 부상으로 정상 훈련을 중단한 박지성과 김남일, 스코틀랜드에서 계속 재활에만 매달렸던 이호의 플레이는 평소 자기 실력에 분명히 못 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중원을 전술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스스로 '중원의 덫'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강팀 적응력의 미완성 아드보카트 감독은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에서 노르웨이, 가나 등 강팀을 상대로 실전을 치른데 대해 "적절한 타이밍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의 히딩크도 본선을 앞두고 프랑스 등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경기감각을 조율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태극호가 적응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적응보다는 불안감을 야기한 문제점이 더 많이 노출된 두 번의 평가전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팀의 현실을 깨달았다. 예리함이 더 살아나야 한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처럼 대표팀은 문제점을 인식함으로써 개선의 가능성도 남겨뒀다. 글래스고 전지훈련을 통해 상승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값비싼 경험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대표팀은 유럽 현지의 기후와 잔디와도 싸움을 벌였다. 글래스고에서 초반 훈련을 할 때만 해도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수비수 김진규(이와타)는 "지반에 습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초여름이지만 의외로 쌀쌀한 날씨 때문에 감기 환자도 나왔다. 하지만 열흘 가까이 훈련과 평가전을 계속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낯선 기후와 그라운드에 적응해가는 분위기다. 대표팀의 본선 첫 상대인 토고전은 불과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본선 상대국들은 평가전을 치르면서 한단계식 올라서고 있는데 우리 대표팀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7일 독일로 입성할 아드보카드 감독과 대표팀이 어떤 구상을 가지고 본선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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