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태극기를 찾습니다
현충일 태극기를 찾습니다
  • 김윤재
  • 승인 2006.06.07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컵 응원땐 그토록 휘날리던 태극기들인데...국경일에는
지난 6일은 현충일이고, 6월달은 보훈의 달이다. 하지만 거리를 지나다 보면 현충일을 기념하기 위한 국기 계양은 자치단체가 거리에 계양한 국기말고는 집 앞에는 잘 계양되고 있지 않다. 반대로 축구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에는 온통 태극기 바람이 불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A아파트. 68가구가 사는 아파트 한 동에 고작 태극기 3개만 외롭게 걸려 있다. 아파트 중에는 베란다에 아예 태극기 받침대조차 없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 W아파트 주민 윤모(29·주부)씨는 “베란다에 국기봉을 철사로 묶어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 들여서 받침대를 만들기도 번거로워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경우 한 동에 80~1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국기봉 없이 국기만 베란다에 묶어 게양한 집이 4~6 곳 있을 뿐이었다. 대학원생 이모(32)씨는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이기는 날이 국경일 아니냐”며 “우리 팀이 이기면 기쁘고 즐거우니까 자발적으로 태극기를 흔들게 되지만 국가에서 정한 현충일에는 일반 시민들까지 태극기를 달아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전 월드컵 시즌 때 응원용으로 대형 태극기를 2개를 샀다는 정모(35·회사원)씨는 “집에 사 놓은 태극기를 길거리 응원 갈 때는 사용하지만 현충일이나 다른 국경일에는 놀러가는 경우가 많아 태극기를 잘 계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충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은 태극기 하나 내거는 정성마저 사라진 세태(世態)를 아쉬워했다. 참배객 이무부(61)씨는 “젊은 사람들이 월드컵 때 태극기로 옷 만들어 입고 뛰어다니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이 젊은이들이 이처럼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몸을 바쳐 헌신한 선열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태극기가 일반 국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회 이후. 4년이 지난 지금은 태극기로 만든 응원복이 인기를 끌고, 태극 문양이 들어간 비키니 수영복, 속옷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극기가 국가 상징으로서는 의미를 잃고 단순한 응원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기홍보중앙회 이래원 회장은 “월드컵 때문에 태극기가 국민들과 친숙해졌지만 정작 젊은 사람들치고 태극기가 똑바로 걸렸는지 거꾸로 걸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