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친박 3인방 수사 물건너 가나?
‘대선자금’ 친박 3인방 수사 물건너 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檢, 리스트 소환 없는 한 달…수사 지지부진

▲ 홍문종-서병수-유정복 : 지난 대선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뉴시스ⓒ뉴시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소환 조사와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에 나선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스트 속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조만간 수사와 관련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친박 3인방 수사 난항

28일 특별수사팀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리고 기소 시점을 조율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기소를 미루면서 홍 지사 등이 법정공방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나머지 여권 핵심 인사 6명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팀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될 경우, 리스트 속 인물 중 대선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친박 3인방에게 시선이 쏠리게 된다.
홍 의원은 당시 대선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 유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캠프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 전 회장의 리스트에 기재된 이름과 액수가 일치하는 홍문종 의원이 다음 수사 대상자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었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인 한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 김모 씨에게 2억 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모 씨에 대한 소환 계획만 세울 뿐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의 측근 진술 외에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만약 홍 의원을 비롯한 ‘친박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찰은 여러 증언과 증거물 분석을 통한 경남기업과 서산장학재단 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소환조사 등을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사실상 수사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사팀은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한테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 등을 성 전 회장의 동선과 비교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의원, 유 시장, 서 시장 외에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실장은 친박 핵심 인물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혐의가 있더라도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인터뷰에 따르면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된 인사는 김기춘(10만 달러 2006년 9월), 허태열(7억 2007년) 전 청와대 비서실장 2명뿐이다.

이병기 비서실장의 경우에는 금액이 특정되지 않는 등 수사 단서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의 혐의를 뇌물죄로 봐야 한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성립된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 진술했던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사실이 입증되기 어렵다.

명확한 진술이나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출구전략 마련에 들어갔다는 목소리도 슬슬 흘러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함께 논란이 제기됐던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 수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력의 분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 출처, 서산장학재단 유력 거론

▲ 친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이완구, 홍준표 봐주기 수사 규탄 및 친박실세 6인방 엄중수사’를 촉구하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등 2명의 금품거래 혐의를 확인한 리스트 속 남은 정치인 6명의 금품거래 의혹을 규명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검찰은 앞서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2012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랐다.

1991년 설립된 서산장학재단은 장학 목적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정치 사조직 또는 비자금 조성 통로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뭉칫돈을 입출금하며 돈세탁한 정확이 포착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이 돈의 일부가 불투명하게 처리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재단을 경유한 돈세탁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확보한 장학금 지급 내역과 재단 운영비 집행 내역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부금 명목의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의 본래 목적과 무관한 기부금 일부가 경남기업에서 장학재단으로 들어간 뒤 다른 계좌로 옮겨지고, 일부는 현금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재단에서 빠져나간 돈 가운데 최소 수억 원 이상의 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장학재단의 장학금은 2011년 18억3343만원 지출됐지만 2012년에는 266만원으로 급감했다. 2013년에도 세무당국에는 20억 원을 기부 받아 대부분 지출한 것으로 신고가 됐지만 ‘공익사업 손익계산서’에는 사업비를 2억3000만원 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기재됐다.

성 전 회장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동시에 로비용으로 쓰였다는 경남기업 관계자 등의 구체적 증언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쏟아 붓겠다는 방침이다.

자금 흐름이 발견되더라도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와 달리 증거와 진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수사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던 서산장학재단 핵심 관계자를 조만간 소환해 재단 밖으로 빠져나간 돈의 사용처를 추궁하기로 하는 등 비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데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

기부금 일부는 기존 로비자금 출처로 지목된 경남기업의 건설현장 지원금 32억원과 별개의 돈으로, 최소 수억원에 이르는 이 돈을 추적하는 결과에 따라 리스트 속 남은 6명이 연루된 로비 의혹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野, 특검 카드 ‘만지작’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야권을 중심으로 ‘물타기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특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 대책위원장 전병헌 최고위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등 15명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불구속 기소’ 방침에 대해 비판하며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항의 방문에는 전 최고위원과 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김관영·이원욱·김민기·진성준·진선미·최민희·김현·신정훈·김기준·임내현·서영교 의원, 박성수 법률지원단장, 강희용 부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가 회유나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공개되는 등 사실상 구속 사유가 명백한 데도 이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봐주기, 물타기 수사가 도를 넘은 것”이라며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액수가) 2억원 미만이라며 이들을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한다”며 “야당 의원들의 경우 5000만원 수수 혐의만으로도 국회에 체포조를 투입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이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나머지 6명의 정치인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전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검찰이 신속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특검 카드’를 다시 꺼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이 대선자금과 관련해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은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로 생각하고 성역 없이 수사해 국민들의 환호를 받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차장검사는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나머지 6명에 대해서 열심히 (수사) 하고 있다”며 “수사팀이 나름의 각오를 갖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찾아내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수수 금액, 피의자 관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기소 시점을 조정하는 것은 꼼수가 절대 아니다. 2명(이완구,홍준표)에 대한 기소는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과정을 보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검사는 또 대선자금과 관련된 친박 3인방의 소환 여부에 대해선 “수사 상황에 따라 소환 여부를 수사팀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수상상황에 따라 곧 부를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 차장검사는 수사기록과 관련, “청와대 보고는 전혀 없으며, 법무부 보고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치권 수사에서 여·야 형평을 잃은 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수사팀의 독립성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 최고위원은 “차장의 답변은 검찰의 입장에서만 모범답안”이라면서 “향후 검찰의 수사정도와 진행 경과를 보면서 야당도 특검 문제를 전면 제기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자존심은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