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무너진 삼성전자 '위기' 오나?
중국에서 무너진 삼성전자 '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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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요소 산적, 발 빠른 시장 대응이 관건
▲ 삼성전자는 지난해 ‘어닝 쇼크’ 이후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고 있다. 특히 지난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연속으로 판매점유율이 하락해 ‘톱3’에서도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중국 토종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83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80만대보다 6.2%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을 비롯한 레노버-모토롤라, 화웨이, 샤오미, LG는 모두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면 애플은 1분기에 6120대를 판매해 동기대비 4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샤오미와 화웨이, LG는 판매량이 14~40% 정도 늘었다. 삼성전자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이다.

세계 판매대수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다른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 삼성전자, 중국 시장에서 무너지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3위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1400만대를 팔아 점유율 12.8%로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애플이 1350만대로 점유율 12.3%를 기록해 2분기 연속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이후 중국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샤오미에게 정상을 내줬고, 4분기에는 애플에 밀려 2위 자리마저 빼앗겼다. 이어 올 1분기엔 화웨이에 밀리면서 순위권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삼성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은 중국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높였던 것은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시장이 저가와 고가로 양분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고 있다.

◆ 시장 변하는데 대응 느려진 삼성전자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장조사업체들의 집계에서는 같은 기간 출하량이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이전보다 크게 둔화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톰 강 책임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보급률이 90% 이상에 달한다"면서 "중국은 신규 수요보다 교체 수요가 지배적인 대체 시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은 휴대폰 사용자만 약 8억85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위해 스마트폰 단말기를 바꾸는 이용자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이폰 생산업체 중 하나인 페가트론의 찰스 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기본적으로 애플과 같은 최고급과 초저가 제품으로 나뉘어 있다”며 “그 중간급에 있는 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현재 중국 시장상황을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애플은 프리미엄 고가 전략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심지어 아이폰6 시리즈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총 판매량이 지난 5년간 중국에서 판 아이폰 물량을 넘었을 정도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은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판매에 힘입어 샤오미 등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는 중국 토종 기업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샤오미는 애플 아이폰6 시리즈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대항마로 비슷한 크기에 가격은 절반 수준인 샤오미 노트 프로를 공개하는 등 전방위에서 압박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갤럭시A3·A5·A7’을 비롯해 올해 2월 ‘갤럭시E7’까지 중국 보급형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중국에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1년 동안 애플과 중국 토종 기업 사이에 샌드위치 꼴이 되고 있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삼성전자가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한 최종병기 ‘갤럭시S6 엣지’. 삼성전자는 이 모델이 예상보다 수요가 커져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 삼성전자 성공 요인이 위기 부르는 ‘독’ 

2007년 1월. 애플이 첫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가 막을 내릴 것으로 봤다.

아이폰이 휴대폰을 ‘휴대용 멀티미디어’ 개념으로 바꾸면서 iOS라는 운영체제로 강력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성공시켰다. 또 유려한 디자인을 적용한 후속작 아이폰3G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는 현실이 될 뻔 했다.

삼성전자는 이 난관을 잘 극복했다. 애플에 대항해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적기에 내놓았고 삼성전자는 발빠르게 이를 받아들였다. 또 아이폰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자사의 강점인 하드웨어 부문을 잘 접목해 신제품을 내놨다. 게다가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단일 모델만 출시하면서 단일 가격 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다양한 가격대와 모델을 삼성전자가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했다.

이 전략은 곳곳에서 성공했다. 불과 3년 만에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은 애플을 무섭게 추격했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이 힘의 배경이 삼성이 가진 반도체와 액정 패널, 부품들의 수직적 결합에 의한 집요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성장 저력은 외려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 신경영 20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삼성전자의 오늘을 “신성장 동력의 해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에서 찾아야 하는데 삼성은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가 제품을 출시할 때 ‘혁신’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하드웨어의 우수성은 출시와 동시에 빠르게 카피되거나 기술의 상향평준화로 큰 차이를 낳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혁신 속도가 둔화되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새 모델을 빠르게 출시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삼성전자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샤오미, 화웨이 등이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델 사양을 그대로 출시하면서 10만원대로 가격을 낮춰 인도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높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급의 가격도 삼성전자 가격대비 33%수준까지 낮춰 아시아 외에서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다품종 스마트폰 라인업을 고수하고 있다. 또 시장별로 현지 문화에 맞는 전략모델을 투입하고 늘어난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바탕으로 신흥시장 개척을 하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만의 결정적인 그 무언가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전략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다를바 없기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삼성전자의 ‘위기론’ 요인 중에 하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다. 최근 혁신 속도가 둔화되고 기술력도 상향평준화된 마당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가격’밖에 승부를 낼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일부 모델수를 줄이면서 중저가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국 등에 병행해 팔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PIXABAY

◆ 삼성전자, 중저가 고집 버려야 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초 새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를 시장에 내놨다. 그러나 출시 한 달이 넘도록 판매량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서는 판매량과 관련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전작 갤럭시S4와 S5가 1000만대 판매실적을 달성한 시점이 각각 27일과 25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출시 한 달 시점쯤에는 갤럭시S6 시리즈도 ‘1000만대 판매달성’ 발표가 나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야 삼성전자는 ‘고위 관계자’의 말로 “갤럭시S6 전체 판매량은 이미 1000만대가 넘었고 순항 중이다”라고만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마저도 정확한 시점이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판매부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원인이 삼성전자는 새 제품이 나오더라도 스펙이 동등한 변종 제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애플이 대형 화면을 가진 아이폰6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삼성 ‘갤럭시노트’마저도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준다는 것이다.

또 애플처럼 제품 사이에 연속성이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이 있어 어떤 것을 사용하든 모두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의 노트북, 갤럭시 시리즈, 갤럭시 탭의 연속성이 크지 않다. 개별 제품들이 유기적이기 보다 파편화돼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라는 브랜드를 소비자가 최대한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문제다. 애플의 경우 실질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제품인지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삼성은 우월한 기능만 설명하거나 제품에 대한 이미지만 전달해왔다. 정작 결정적인 ‘단 하나’보다 우수한 기술력만 자랑해 왔던 거다. 결국 중국 토종기업들이 ‘가격’ 하나로 삼성전자 점유율을 갉아먹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츈도 지난 4월 삼성전자 실적발표와 관련해 “(삼성전자에는)많은 사업 분야가 있지만 스마트폰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가 팔고 있는 핸드폰 제품군 대부분은 수익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오포 (Oppo), 비보 (Vivo), 메이쥬(Meizu)를 포함한 수많은 2세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은 점차 점유율도 늘려가고 있다. 또 제조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어 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삼성전자가 이들과 경쟁에 밀려 쉽게 무너질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중저가 전략만 고집하게 되면 '진짜' 위기가 곧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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