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사태 속 정치권 뭐하나?
메르스 비상사태 속 정치권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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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무능도 모자라 당‧청은 기 싸움 중
▲ 메르스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민 불안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의 안이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화를 키웠고,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 상황이 돼버렸다. ⓒ뉴시스

몇 해 전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신종 바이르스 출현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영화는 다소 과장된 내용이었고, 계몽적 영화도 아니었던 이유로 관객들은 경각심보다 재미로 보고 넘겼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영화와 같은 현실이 발생해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메르스로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불과 수일 만에 무서운 속도로 전염이 확산되고 있으며 메르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는 것. 현대 의학으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서운 전염병이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또 다시 무능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계파 전쟁을 벌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염병 공포 속에 빠진 국민들은 정치권을 향해 또 다시 절망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실 대처, 문형표 책임론 불가피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68세 고령의 남성으로 약 보름간 바레인을 다녀온 뒤 메르스 감염 증상을 호소했다.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발견된 첫 사례인 만큼 국가적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메르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을 더 클 수밖에 없었고, 방역 당국의 초비상 대응도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에 격치한 것 외에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기 위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유입이 의심되는 국가에 대해 전수 검역을 즉각 시행했고 사람 간 전파력도 낮아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또, “메르스는 예방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낙타 및 낙타 관련 음식과의 접촉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 호흡기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람 간 전파력이 낮아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 가능성은 없다’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달랐다. 첫 환자 발생 이후, 불과 이틀 만에 3번째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전염 확산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특히 3번째 감염환자는 감염환자를 돌보던 딸 A씨였고, 보건당국은 발열증상이 나타난 A씨를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돌려보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를 이송 시 미열이 있었다고는 하나, 검사-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다”며 “유전자 검사는 증상 발현 이후에 측정이 가능해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의 검사는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방역당국의 이 같이 미온적 대처는 화를 키우고 말았다. 급기야 사망자까지 줄이어 나오기 시작했고, 격리 대상자는 불과 열흘여 만에 1천명을 넘어서게 됐다. 그야말로 메르스 공포가 국가를 초비상 상태에 빠뜨린 것이다.

◆朴대통령 “초기 대응 미흡했다” 질타
정치권도 관심을 갖기는 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메르스 감염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인 메르스 국내 감염자가 7명으로 늘어났다”며 “‘중동판 사스’로 불리는 메르스는 치사율이 40%가 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정확한 감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약도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5명 이상 발생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며 “감염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부터 2차 감염된 사람들이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초기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거듭 “전염병은 초기대응에 실패하거나 방역에 허점을 보이면 속수무책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철저하고 치밀한 대응으로 메르스의 추가 발생을 막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에서는 메르스의 전염성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게다가 메르스 의심 환자로 자가(自家) 격리 중이던 남성이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정도면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정부의 전염병관리시스템이 통째로 구멍 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도대체 대한민국에 구멍이 나지 않은 곳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안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던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대한민국은 아직도 세월호 이전에 머물러 있다”며 “풍요로운 대한민국은 고사하더라도 국민은 안전하게라도 살기를 바란다. 정부는 전염병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여 더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같은 주문에도 감염자 확산속도는 더욱 더 빨라지기만 했다. 시중에서 손 세정제가 품귀 현상을 보이는가 하면, 각급학교들은 휴교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SNS에서는 끊임없이 괴담 아닌 괴담들도 확산됐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도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보건당국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의 확산과 지역 사회로의 전파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대책반이 총력대응하고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조해서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하기를 바란다”며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경우는 단 한 사람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고, 외국사례와 달리 전파력이 높아진 원인이 무엇인지도 철저히 밝히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의 예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려야 할 것”이라며 “신종 감염병이 국경을 넘어 전파되는 상황에서 굳건한 방역 체계를 갖추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국가 감염병 관리 수준도 대폭 향상시켜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靑, 비상상황 돌입
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관계기관에 방역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하며 “현재 상황과 대처 방안에 대해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 2주 동안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고, 두 분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더 이상 확산이 안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이번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점검하고, 현재의 상황과 대처 방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진단한 후에 그 내용을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환자 치료와 그 처리과정 및 감염경로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그 이후 접촉 환자의 진료기관 및 의사, 환자들의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환자들에 대한 격리 문제에 깊이 신경 썼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나 격리 시설이 이런 식으로 가서 되느냐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한번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환자들과 접촉한 가족, 메르스 환자일 가능성이 있는 인원들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방안도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차 감염자들에 대한 대책과 상황, 접촉 의료기관 상황, 의료진 접촉 환자 및 그 가족들의 상황 등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그래서 더 이상 메르스가 확대되지 않도록 완전한 격리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덧붙여 “병원이나 관리자들 중 조금이라도 접촉이 있었다면 확실하게 차단하느냐 하는 문제도 논의해보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도 메르스 주요 발병국 여행자 및 입국자에 대한 관리 방안 및 학생, 노약자 등에 대한 보호 대책 논의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러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문 TF를 만들어 오늘 회의가 끝난 다음 발표하고, TF를 통해 문제점의 진원지와 발생 경로를 철저하게 처음부터 분석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르스 전염병 공포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져 있는 상황에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메르스 관련 당정청회의마저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이 상황에 당‧청 뭐하나?
그런데 메르스 공포가 이처럼 확산되며 국민 불안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치권은 여전히 갈등과 반목의 연속인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나날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시사하면서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론이 불거진 데 이어 청와대에서 당정협의 회의론마저 들고 나온 것. 새누리당은 메르스 관련 당정청 협의를 제안하는 등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듭 거절하고 있다. 당청 관계마저 이 같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또 친이계와 친박계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친이계 정병국 의원은 4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메르스 관련 당정청 협의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병국 의원은 이와 관련, “이런 부분들이 메르스와 같은 사태를 만들어냈다고 본다”며 “저는 (청와대가) 도저히 어떤 생각을 갖고 이렇게 나가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날 최고중진위원회에 참여했던 모든 멤버들이 당장 당정청 협의를 통해 메르스 대책에 올인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당청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가 나서 메르스에 대해 대책을 세우며 국민적 안심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요구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 부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거부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이것은 원내대표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비겁하다”며 “최고위원회에서 몇 차례 걸쳐 동의를 받고 의총까지 걸쳐 여야 합의로 87%의 찬성을 통해 가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나중에 청와대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 그제서야 책임론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의도 없이는 이렇게 나올 수 없다”며 “결국 책임이 있다고 하면 저도,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걸 이용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제거해보자, 이건 아니라고 본다”며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깨진 당청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위급한 국가적 상황에서 당청 간 같은 자리를 못하고 신뢰 못한다고 하면 뭔가 결론이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수습을 하는 데 유 원내대표께서 용기 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사실상 원내대표직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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