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시민사회를 외면해선 안 된다
보수정당, 시민사회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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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 국가들일수록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영향력도 크다. 정부나 집권 정치세력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다종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통해 국정운영의 개방성을 높이고, 이러한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87년 민주화 이후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출범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며 활동 영역을 넓혀 왔고,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권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또,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오던 일부 운동가들은 직접 제도 정치권에 진출하기도 했다.

참신한 외부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내부 혁신을 이루려는 정치권의 목적과 제도권에 직접 진출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공론화 시키겠다는 시민사회세력의 목적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더 많은 인사들에게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물론,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문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인사들이 정치권 진출을 목적으로 진정성 없이 시민운동을 펼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소수 인사들의 문제일 뿐, 아직까지 우리의 시민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진정성을 잃었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일부 인사들의 문제로 인해 시민사회 전반이 싸잡혀 비판당할 일은 아니며, 아울러 진정성 있는 시민운동가들의 제도권 진출 통로가 막힌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정당이 시민사회 인사들을 영입할 때 보다 신중하게 옥석을 가려내면 될 일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시민사회의 정치권 진출이 편향돼 있다는 점에 있다. 진보야당의 경우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 등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적극적 교류협력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시민운동가들이 국회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야권의 영역을 넓히는 데도 커다란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런 반면, 새누리당은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다소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 출신의 국회의원이라고 딱히 얘기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 드물다.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인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사회 인사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영입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보수여당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폐쇄성은 시민사회진영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민사회는 야당 몫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경향이 생겼다.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기형적으로 몸집을 키운 것 역시 이러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사회운동이라는 것이 결코 보수와 진보 이념의 문제가 아님에도, 이처럼 진영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건전 보수성향의 시민사회세력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올바른 시민운동가들을 제도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상황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금보다 더 우리 사회 깊은 곳의 문제들을 현실 감각 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기형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시민사회진영을 균형 있게 원상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시민사회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일은 이제 필수가 됐다.

지금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 등 투명한 공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고 불투명한 문제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종 후보자 압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온 훌륭한 인사들이 공천 신청을 했어도 최종 압축배수까지 가는 길목에서 배제된다면, 그것이 온전한 국민공천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최종 경선 후보자로 남는 것은 관료나 교수, 법조인, 의사 출신 등 우리 사회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이 대부분이고, 시민운동가들은 최종 경선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이러한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다 폭을 넓힌 공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시민사회 출신의 덕망 있는 훌륭한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주어진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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