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한국정부에 “한국은 더 이상 재정 정책으로 성장률을 확 끌어올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통화·재정 정책을 통해 목표와 예상치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5일(현지시간) 이 국장은 뉴욕 맨해튼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포럼 직후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한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3.5%인 반면 주요 기관들은 3%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재정 여력이 있는 만큼 추가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14일 IM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종전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IMF는 내수 진작을 위해 실시한 통화, 재정, 기타 정책변화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추가 부양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 국장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재정 정책보다는 각 경제 부문별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정책을 강조하다 보면 재정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지만 서비스 부문의 개혁 등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의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일본의 성장률이 높아지고 경기 회복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강연에서 이 국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지역의 성장률이 감소했다”면서 “특히 아시아의 경우 앞으로 5년간 경제성장률이 최근 5년간 성장률에 비해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개혁이 더욱 지연된다면 성장에 차질을 미칠 수도 있다.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 및 금융부문 개혁이 시급하고 일본은 서비스 생산성 및 노동력 참여 증대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대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 빠져나가 긴축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달러 표시 채무가 많은 나라와 회사들은 채무상환 비용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치며 전문성과 경제정책에 대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