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인구는 미래의 경쟁력이다
◆ 사상 유래 없는 저출산의 현주소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 여성 1명당 합계 출산율이 1.08명을 기록,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와 결혼연령 상승에 따라 출산이 늦춰지면서 30대 산모의 수가 처음으로 20대 산모를 앞질렀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자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05년 출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유엔인구기금 기준 지난해 세계 평균(2.6명)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6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홍콩(0.95명)에 육박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1983년에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인 2.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제는 부부 1쌍이 아이 1명 밖에 갖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 출산율 하락속도가 ‘기가막혀’
더 큰 문제는 출산율 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0년 1.47명에서 2005년 1.08명으로 5년새 0.39명이 감소했으나 일본은 2000년 1.36명에서 2004년 1.29명으로 0.07명만 줄었다. 또 영국과 프랑스는 2002년, 미국은 2003년부터 합계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서 선진국과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출생아수는 43만8000명으로 전년의 47만6000명보다 7.9%인 3만8000명이 줄어 또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는 9.0명으로 10년 전인 1995년 16.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30대 산모의 비율은 50.3%로 사상 처음 20대 산모의 비율인 47.7%를 넘어섰다.
◆ 사회적 여건이 가장 큰 걸림돌
추락하는 출산율은 이처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사회 환경에 기인한다. 치솟는 사교육비와 주택가격, 취약한 사회보장으로 인한 노후대비의 걱정, 이런 것들이 삶의 환희이자 보람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식 낳기를 망설이게 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어제 나왔는데, 이렇게 빨리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이다. 특히 지난해 새로 태어난 아기수도 43만8천명에 불과했는데, 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거고 2000년과 비교하면 무려 20만명이나 줄었다. 여기에는 아이를 낳게 될 경우 여성이 받게 되는 불이익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사무직 여성의 절반이상이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직종이 하향 이동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렇게 아이를 안 낳으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미래사회의 기반이 없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 노령화사회가 예상보다 빨리 오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같은 사회적 보험의 재정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따라온다.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대책만으로 아이 낳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여건들이 성숙되지 않고서는, 출산율이 다시 높아진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현실적으로 출산이 손해가 되는 사회
한국에서 출산은 직장에 다니는 기혼여성에게 손해가 된다. 이렇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기혼여성은 출산을 기피하거나 최대한 늦추면서 되도록 적게 낳으려고 한다. 이에 따라 1970년 4.53이었던 출산율은 1980년 2.83, 1990년 1.59로 급격히 떨어졌고 요즘은 1.19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선배가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미혼여성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독신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여성의 초혼연령은 1960년 21.6세에서 작년에는 27.5세로 올라갔다. 초혼연령이 늦어지면 출산율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저(低)출산의 원인에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사정 악화와 과도한 양육 및 교육비 부담도 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주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사회적 제반 여건이 확충 되어야 한다
조세연구원과 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유럽 국가는 1990년대부터 직장을 가진 기혼여성의 출산 및 육아 부담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떠안은 것이 특징이다. 2004년 말 현재 한국은 보육시설 유치원 학원 등 8세 미만 영, 유아 서비스 시장에서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스웨덴(83%), 프랑스(83%), 벨기에(81%)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영, 유아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는 미국(41%)보다도 낮다. 각종 조세제도와 육아휴가의 차이는 더 크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보육비용에 대해 세금 자체를 깎아 주는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일하는 기혼여성에게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출산휴가 외에 1년가량의 육아휴가도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유급으로 지원한다. 미국과 한국만 무급이다. 조세연구원의 김현숙(金賢淑) 연구위원은 “직장을 가진 기혼여성에 조세감면 등 각종 제도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출산 및 양육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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