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입원 환자 식대 급여화 정책으로 그동안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에게 첫 국밥, 간식, 야식 등을 포함해 하루에 5∼6 식의 고단백 미역국을 제공하던 산모 식단의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5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산모도 3390원의 일반식을 1일 4식 이내로 제한하고 기존의 산모 식단으로 식사하고자 하는 산모들은 비급여식을 선택하게 됐다. 산후 조리와 모유 수유를 위하여 고단백의 영양식이 필요한 산모들을 배려하지 않은 식대 급여 정책으로 기존의 산모 식단을 원하는 산모들은 급여 혜택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병원들은 이 식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예전처럼 미역국을 먹으려면 추가비용을 내 비급여로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출산장려 구호를 높이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식대의 보험적용을 위해 관계 법령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개정해 입원환자의 1일 3식 기준으로 일반식의 기본식 가격은 3390원으로 하되 추가로 가산되는 금액을 포함해 최고 5680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기본식에 대해 환자는 20%만 부담하면 되고 식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산액의 경우는 50% 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환자의 부담금이 떨어지면서 산모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고 있다.
◆식대보험 적용으로 병원들 적자?
환자들의 부담을 대폭 줄여준 입원환자 식대 보험적용에 대해 병원측은 경영난의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A 대형병원의 경우 한 끼당 7800원 이었던 식비가 가산금액을 포함 5680원에 제공되고 있어 2120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6월1일 전까지 한 끼당 7800원을 전액 본인 부담했던 환자는 건강보험적용으로 현재 식대비 5680원중 기본식 가격의 20%와 가산금액의 50%를 더한 1825원만 본인부담으로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병원관계자는 “턱없이 낮은 일반식 가격으로 병원에서는 환자 식사에 있어서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게 생겼다”며 “하지만 병원측 입장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병원의 경우도 7500원 받던 식대비를 가산금액을 포함해 5060원에 제공하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가 정한 환자식대 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 대형병원들은 연간 10∼30억 규모의 적자를, 중소병원에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경영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전국 1300여 병원장들이 병원의 적자를 불러온다며 반대한 환자 식대 건강보험적용이 환자들에게는 환영을 받는 반면 병원계 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이번 정책으로 그동안 산부인과에서 산모들에게 첫 국밥, 간식, 야식 등을 포함해 하루에 5∼6식의 고단백 미역국을 제공하던 산모 식단의 변화가 불가피 해졌다고 밝혔다. 산모도 일반식 3390원을 적용받으나 1일 4식 이내로 제한하고 기존의 산모 식단으로 식사하고자 하는 산모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식을 선택하게 된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후 조리와 모유 수유를 위해 고단백의 영양식이 필요한 산모들을 배려하지 않은 식대 급여 정책으로 기존의 산모 식단을 원하는 산모들은 급여 혜택 즉 건강보험 이 적용된 식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입원 환자 식대 보험적용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도 위배되고 임산부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항의 위해 일부러 미역국 제외
이달부터 실시된 환자 식대 인하와 보험 적용으로 산부인과와 일부 산모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3,390원의 환자 기본 식사에 미역국을 포함시켜도 별 차이는 없지만 산모식이 부실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환자 기본 식사에 '상징적'으로 미역국을 빼고 콩나물국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사의 발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심성덕 학술이사는 6월 5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중소 산부인과의 환자 식대 문제의 핵심은 인건비"라고 밝힌 뒤 "한 명의 요리사가 수 십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중형 산부인과나, 한끼에 4,000원으로 급식 업체 납품을 받을 수 있는 대형 산부인과 병원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낮지만 환자 수가 적어 급식 업체 위탁을 할 수 있는 소형 산부인과는 한 명의 요리사가 한 두명의 입원 환자 식사만을 맡고 있어서, 인건비 비중이 90%"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아무리 그래도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미역국을 의도적으로 빼고 콩나물국을 넣는 것은 문제다", "일부러 보험혜택 받는 환자 기본식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수를 쓰고 있다", "산모들을 볼모로 시위를 하는 거 아니냐"는 등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산모 식사 부실화 불가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31일 안내문을 통해 ‘산모들에게 기존의 산모식(첫국밥, 고단백의 미역국, 간식, 야식 등 하루 5~6식)을 적용할 수 없고 일반 환자와 같은 식사를 하루 4식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기존 식단을 원하는 산모는 전액 본인 부담인 비급여식을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환자 본인의 부담은 줄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병원 측이 적자를 이유로 병원에서 먹는 식사의 질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식이 아닌 산모들이 먹는 고단백 영양식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되자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들이 먹는 산모식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산모들은 자신들의 돈으로 가격이 더 올라간 산모식을 따로 사 먹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들이 제공하는 병원식사에 예전에 나오던 미역국 없이 제공되고 있다. 반찬을 들여다봐도 값싼 채소류와 김치 조각 몇 개가 전부인 실정이다. 산부인과에 입원중인 추 모씨는 “안 먹고 다 버리는 건데 간도 안 맞고 차라리 돈 주고 우리가 사먹는게 낫다”고 말했다. 출산을 한 후 산모들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산모식의 일반 가격이 한 끼에 7~8천원 정도 하는데 식대보험 적용으로 3천원 대 가격으로 떨어지자 미역국 등 고급 재료가 반찬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환자를 위한다고 만든 식대보험 적용의 혜택이 산모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에 입원 중인 오 모씨는 “정책을 세우려면 기존에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나아지게끔 해 줘야 되는데 임산부만 빼 놓고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정부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제대로 공지 안돼 혼란 가중
병원 측이 식대보험 적용으로 식대 단가가 안 맞자 공지문을 병원에 붙였다. 공지문을 보면 2006 년 6 월 1 일 부터 입원 환자 식대가 보험 급여화 되었습니다. 국민의 의료비를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정부의 식대 급여화 정책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산후 조리와 모유 수유를 위하여 산모는 일반 입원 환자와 다른 고단백의 영양식으로 하루에 5-6식 ( 첫 국밥, 간식, 야식 포함)이 필요하다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의견이 보건복지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아 산모도 일반 환자와 같은 일반식을 드시도록 정책이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부 고시에 따라 6월 1일부터는 식대 급여를 원하시는 산모들에게는 기존의 산모식 ( 첫 국밥, 고단백의 미역국, 간식, 야식 포함한 산모 식단 ) 을 제공할 수 없으며 타과의 일반 환자와 같은 일반식을 1일 4식까지 제공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존의 산모식단으로 드시기 원하시는 분께서는 비급여식 (전액 본인 부담, 신청서 작성)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보험 적용이 됐지만 병원들이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병원들은 ‘식사 종류별 가격, 급여와 비급여식에 대한 안내’ 등을 환자들에게 고지해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ㄱ 대형병원에 입원한 산모 박모씨(30)는 “병원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고지를 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출산장려책의 잘못된 정책
의료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로 산모들에게 충분한 영양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저출산 시대에 이와 같이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함께 전하고 있다. 한편, 8일 통계청 조사결과 2005년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2004년 1.16명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하락했고 2005년 출생아 수는 43만8000명으로 2004년 47만6000명에 비해 3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과 대비 했을 때에는 합계출산율은 0.39명 줄고, 연간 출생아수는 무려 20만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처럼 출산율 감소가 사회적인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때, 산모들은 일반 환자와 같은 식사를 하며 산모식 등의 산모를 위한 관리가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산모식에 대한 논의가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적으로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일반환자 뿐만 아니라 산모의 경우도 건강보험으로 적용되는 환자식 이외를 선택하는 경우는 그 비용을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산모가 일반환자에 비해 영양권장량이 크다는 점을 인정, 일반환자의 경우는 3끼까지 보험적용이 인정되지만 산모는 4끼까지는 보험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 필요영양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과 고급의 영양식을 먹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