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무역금융사기…제 2 모뉴엘 사태 벌어지나
또 터진 무역금융사기…제 2 모뉴엘 사태 벌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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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규모 347억…유사사례 여섯 건 추가 조사중
▲ 지난해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조원 대 대출을 받은 ‘모뉴엘’과 판박이인 사기 수법이 또 다시 등장했다. ⓒpixabay

지난해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조원 대 대출을 받은 ‘모뉴엘’과 판박이인 사기 수법이 또 다시 등장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1일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거짓 수출 신용장으로 1522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금형제작업체 H사 대표 조모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관세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조 씨는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291회에 걸쳐 원가가 2만 원도 안 되는 플라스틱 TV캐비닛을 개당 2억원에 판매했다고 부풀려 총 1563억 원을 세관에 수출 신고했다. 조 씨가 제품을 판매했다고 신고한 회사는 본인 자녀 명의의 일본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1522억원 어치의 수출채권을 기업은행, SC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 매각했다. 이 중 가장 큰 대출을 갖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역시 무역보험공사가 140억원 규모의 보험과 신용을 제공했다.

한성일 서울세관 조사국장은 “다국적 기업 M사와 똑같은 회사를 페어퍼컴퍼니로 만들게 된다. 그 회사에 계속 수출한 것처럼 은행과 무보를 기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만기 200일짜리 수출채권의 상환일이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 방식으로 확보한 수출채권을 팔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돌려 막기’ 수법을 썼다.

수출액을 부풀리고 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한 것, 상환일이 도래했을 때 ‘돌려 막기’ 수법까지 지난해 ‘모뉴엘’의 사기 사건과 흡사하다.

모뉴엘은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홈씨어터 PC 케이스 120만대를 3조 2천억원 상당의 정상제품인 양 허위수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에 허위 수출 채권을 매각, 총 10개 은행에서 3조2천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아울러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반복해 대출 금액을 갚는 ‘돌려 막기’ 수법을 썼다.

조 씨는 1522억원 중 286억원을 갚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회사 운영자금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61억원을 더하면 미상환 금액은 347억원에 달한다. 조 씨 회사의 실제 연매출은 6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은행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성일 국장은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재무재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았느냐. 플라스틱 1키로가 2억5천만원이 됐다는건 누가봐도 이상하지 않나. 걸 못잡아낸 건 심사가 소홀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대출받은 무역금융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 28억 원은 수입대금 명목으로 일본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보내 미국 주택 구입 등에 사용했고, 월세 1800만 원에 관리비 월 350만 원짜리 고급 빌라에서 내연녀와 생활했다.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을 포함한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타고 다녔다. 는 법인카드로 60여억 원 상당의 금괴와 명품을 사들이고, 내연녀 명의의 회사에 25억 원을 송금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모뉴엘 사태로 금융권이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까지 이 업체에 대한 대출이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모뉴엘 사태 이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차 발생한 것은 시중은행들의 대출심사 과정이 부실해 벌어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대출 과정에서 현장실사 및 서류확인 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유사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한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무역금융의 허점을 이용한 유사 사기사례 여섯 건을 추가 확보해 내사에 들어갔다. 이들 또한 사기로 드러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시사포커스/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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