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8일(이하 현지시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뮤직’을 발표한 가운데 전 세계 음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음원 스트리밍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멜론, KT 지니, 네오위즈인터넷 ‘벅스’, CJ E&M ‘엠넷닷컴’, 라인 ‘믹스 라디오’, SK플래닛 앱 ‘뮤직 메이트’ 등이 다양한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과 대적할 만한 국내 서비스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밀크 뮤직’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음원서비스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각축이 예상되고 있다.
◆ 안드로이드-PC까지 지원되는 ‘애플 뮤직’
애플은 8일(이하 현지시각)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원 모어 띵(One More Thing)’으로 ‘애플 뮤직(Apple Music)을 발표했다.
이날 애플은 애플 뮤직에 대해 혁신적인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애플 뮤직에서는 3000만곡 이상의 음원이 서비스될 예정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DJ들이 진행하는 24시간 음악 전문 라디오 생방송 채널 '비츠원'도 함께 서비스 된다.
그동안 음원은 고 스티브 잡스의 “소비자들은 음악을 소유하기 원한다”는 철학이 반영돼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일정 금액을 내고 한 곡씩 또는 앨범 단위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업계도 애플 뮤직이 발표되자 “애플이 시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애플 뮤직은 한 달 정액으로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가격은 1인당 한 달 9.99달러다. 최대 6명까지 가능한 가족 회원은 월 14.99달러다. 애플은 이 서비스를 이번 달 30일부터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3개월간 무료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료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매월 서비스 요금이 청구되게 된다.
특히 애플 뮤직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맥, 애플 TV 등 애플이 구축한 자체 생태계 내에 속해 있는 애플기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일반 PC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애플 뮤직으로 애플의 영역을 보다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뮤직의 등장으로 미국 내 선발 업체들을 긴장하기 시작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후발주자라서 ‘스포티파이’ 같은 기존 업체들을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 뮤직 사용료 월 10달러를 기준으로 2000만명이 유료로 가입할 경우 매출만 20억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와 PC까지 지원되게 되면 상황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업계는 애플의 콘텐츠 경쟁력이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밀크 뮤직’으로 한 발 앞선 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보다도 먼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 뮤직’을 선보였다.
밀크 뮤직은 애플 뮤직과 달리 무료 서비스 기반이다. 기본적으로 광고를 보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구성했고, 월 3.99달러를 내면 광고 없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9월 밀크 뮤직은 국내에서도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공짜 음악' 논란을 겪은 후 ‘밀크 프리미엄’이라는 유료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권을 구매하면 최대 50개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고, 리스트마다 500곡까지 추가할 수 있다. 현재 밀크 뮤직은 소리바다와 제휴해 360만 곡 이상의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 멜론이 약 380만 곡을 서비스하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향후 삼성전자는 미국과 한국 외 국가에서도 해당 지역에 현지화 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서비스의 단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 TV, 스마트워치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 없다는 점과 음원을 구매해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점은 애플 뮤직과 다른 점이다.
◆ 스트리밍 서비스, 곧 다운로드 시장 앞질러
애플은 오는 30일부터 전 세계 1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애플 뮤직을 서비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서비스 대상국에서 한국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한국 계정으로 음악이나 뮤직비디오, 영화를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애플 뮤직 출시와 관련해 애플이 국내 음원공급자들과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애플 뮤직은 발표되자마자 미국 뉴욕주와 코네티컷주 검찰이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사의 방향은 애플이 음반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유럽도 애플이 음반업계와 담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플은 지난 10월 음반사에게 비츠뮤직(애플 뮤직의 전신) 이용료를 월 10달러 이하로 낮춰 줄 것을 요구했었다. 보다 많은 음원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저작권법이 강한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는 음반사와 아티스트들의 수익이 자칫 왜곡 될 수 있고, 음원 이용은 거의 무료에 가깝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밀크 뮤직도 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밀크 뮤직의 무료 모델이 이용자에게는 호응이 높아도, 유료 모델에 비해 음원사와 협력하기는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리바다와 제휴라는 점에서만 애플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리서치업체 닐슨이 지난 3월 발표한 ‘2014 미국 음원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소비는 2014년에 전년 대비 54% 성장했다. 반면 음반시장 규모는 2%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7년쯤에는 국내 스트리밍 음악 시장이 약 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조만간 스트리밍 시장이 다운로드 시장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재 음원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태”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 활성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