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가 동부팜한농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Q Korea'를 선정했지만, 재무적 투자자(FI) 주주단이 이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동부팜한농의 매각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동부는 8일 공시를 통해 동부팜한농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Q Korea'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부와 H&Q는 이달안에 재무적 투자자들과 세부 사항을 조율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동부팜한농 지분 100% 매각에 대한 본계약 체결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동부팜한농의 50.1% 경영권 지분을 가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FI 주주단이 동부가 경영권 주주들과의 협의 없이 H&Q코리아를 배타적 협상자로 선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울러 독자적인 매각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16일 <머니투데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동부팜한농 주주단 관계자는 "동부가 지난주 스틱과 원익투자파트너스 등 주주단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공정공시와 언론 등을 통해 H&Q를 우선협상자로 발표했다"며 "매각구조나 가격 등 거래 중요사항을 주주단에 알리지도 않고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재무적 투자자) 주주단은 독자적인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부팜한농은 2013년 3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하나대투증권, 스틱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을 FI로 유치했다. 이들이 가진 경영권 지분은 50.1%. 동부그룹 측이 나머지 49.9%를 소유하고 있다.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들은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경영권을 되찾고 계열 분리 후 매각을 추진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계열 분리를 승인한 바 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 주주단은 계열분리 신청의 전제조건으로 올 상반기 말까지 동부그룹의 동부팜한농 경영권 독자 매각을 허락한 상태였다.
주주단 관계자는 "계열분리 신청 과정에서 논의한 대로 올 상반기 말까지 동부에 매각권을 위임했지만 그 권한에는 첫째, 매각구조와 가격 등을 주주단과 사전 합의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둘째,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주주단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부는 오릭스PE(프라이빗 에쿼티)와 경영권 지분 우선매수권이 전제된 매각을 진행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H&Q를 다시 섭외해 우선매수권은 없지만 경영을 다시 위임받을 수 있는 매각 구조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주단은 지난주말께 대책회의를 갖고 당초 7월초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독자적인 공개입찰 매각을 이달부터 준비해 일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KDB산업은행을 주관사로 선정해 100% 지분을 원매자에 우선협상권 등의 전제 없이 진성매각 형태로 판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