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루브리컨츠 매각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 개선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행 중인 루브리컨츠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0% 자회사인 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SK루브리컨츠에 대한 기업공개(IPO)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매각결정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는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회사를 매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SK루브리컨츠를 2조5000억원에 MBK파트너스가 만들 SPC(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양측에서 공동으로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출자한 뒤 특수목적회사가 SK이노베이션에 SK루브리컨츠 지분 100%에 대한 매매금을 납입하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 성사될 경우 MBK는 SK루브리컨츠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 지분 75%를 보유하게 되며, SK이노베이션은 특수목적회사 지분 25%를 남기고 2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 사장에 의해 비핵심 매각 자산으로 분류된 SK루브리컨츠는 매각 계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필수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내부에서는 정 사장이 취임 후 추진한 경영쇄신 방안이 대부분 ‘마른 수건 쥐어짜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는 최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수펙스는 SK루브리컨츠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EBITDA(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를 내는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라이벌들과 선두권 다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수펙스 협의회에서 2조원대 초반의 가격에 SK루브리컨츠의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면서 ”최 회장의 부재 여파로 정 사장과 수펙스의 대립을 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 ‘브레이크’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09년 설립된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등 석유 정제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3조254억원, 당기순이익은 1496억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하지만 지난해 65조원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에선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정철길 SK C&C 사장을 이노베이션 사장으로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정 사장은 이런 배경에서 8조원대인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을 연내 6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매각’ 카드를 준비해온 것이다.
올해 초 취임한 정 사장은 최근 성장한계에 직면한 정유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수익 △재무 등 전방위 사업구조 개선작업에 나섰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 “수익·사업구조 혁신과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에도 전력을 집중하겠다”며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과 같은 자산 유동화를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 잠정 중단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금마련에 나섰던 정철길 사장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정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을 전두지휘해야 할 이 때, 정 사장이 방산비리에 연루돼 자칫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와 관련해 정 사장을 소환조사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SK C&C가 이 회장과 공모해 EWTS 사업비를 부풀리는 과정을 보고받았거나 지시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방위사업청과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 SK C&C가 'EWTS 공급계약'을 한 2009년부터 SK C&C에서 공공금융사업부문장(사장), IT서비스사업총괄 사장을 맡았다.
SK C&C는 하도급 대금 32%를 일광공영이 지정하는 업체에 재하도급하는 조건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EWTS 사업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한다는 명목으로 하벨산, 일광공영 계열사들과 1100억원대 사업비를 나눠 가졌다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정 사장이 당시 SK C&C 사장으로 하도급 계약에 직접 서명한 만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시’ IPO로
한편,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의 매각 중단과는 별개로 이 회사의 IPO도 별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SK루브리컨츠의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심사 기간을 늘린 상황이다. IPO 거래 관계자는 “하반기 상장 계획은 매각과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PO를 진행하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1조5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사포커스/성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