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위기에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 등 한국경제가 ‘합병증’을 앓고 있다.
◆내수소비 급감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달 들어 메르스 확진 환자 증가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매 유통과 문화, 여가생활 등 내수소비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3.4% 감소했다. 영화관, 놀이공원, 프로야구,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입장객 감소율이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백화점의 기존점성장률은 1Q15 -5.9%로 4Q14 -3.4%에 이어 부진하였고, 2Q15 역시 (+) 전환이 불투명하다”며 “2Q15 기존점성장률은 당초 4~ 5월 적극적 판촉, 낮은 기저 효과에 따른 매출 증가로 (+) 전환이 기대되었으나, 6월 매출이 메르스 영향으로 급감하면서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 역시 줄었다.
16일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 받은 ‘메르스 여파로 인한 인바운드 관광 감소’ 자료에 따르면 6월 이후(6월 1~10일) 전년 대비 방한관광객이 약 9만명(20%)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한 관광수입 손실만 약 1억1000만 달러(약 12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 사망자 발생 이후 방한 여행 취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지난 13일 기준 방한관광 취소 건수도 총 10만808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메르스 발생 이전인 지난 5월까지는 전년대비 약 10% 정도 관광객이 증가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6~7월 방한영행 취소가 증가하고 하계 성수기 여행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방한시장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세점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달 2주차(8~14일) 시내 면세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항면세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호텔신라는 같은 기간 매출이 20~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출도 고전 중
수출 역시 고전 중이다. 월 수출입 동향에 다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9% 감소한 4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감소 폭으로는 2009년 8월(20.9%)이후 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올 들어 1월 –1%를 기록한 이후 2월 –3.3%, 3월 –4.5%, 4월 –8% 등 감소폭이 커지다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부진은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신흥시장의 불안, 국제 유가 및 수출제품의 단가 하락, 엔화 및 유로화 가치의 약세 등 세계 수출시장의 여건 변화에 주로 기인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0~2008년 연평균 3.6%에서 2011~2014년 3.0%로 낮아진 반면 세계 수입증가율은 같은 기간 중 6.3%에서 2.7%로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선진국 최종재 수출이 과거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도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질적 성장을 위해 내수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가공무역은 억제하는 등 새로운 성장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2008년 연평균 10.4%에서 2011년 이후에는 7.6%로 하락했다. 수입증가율은 같은 기간에 24.3%에서 4%로 큰 폭 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과 가공·중계무역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이 오는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면서 "4월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심상치 않게 진행될 경우 전망치가 2%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메르스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서비스업에서 소비 위축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메르스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