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금융권 영업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은행은 ‘대면거래’가 줄어든 반면, ‘비대면거래’가 크게 늘었다. 보험사는 메르스의 확산으로 자동차사고 손해율이 떨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아울러 악성 ‘나이롱 환자’ 역시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679만388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5개 은행에서 발생한 비대면 거래 이체건수(3491만6천884건)와 비교했을 때 4.0%(1187만3504건) 늘어난 것이다.
PC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이체건은 238만4천30건에서 2592만990건으로 27.2%(553만6960건) 증가했고, 모바일뱅킹은 1453만2854건에서 286만9천398건으로 43.5%(633만6544건) 늘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대비 64%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하나은행(31.0%), 국민은행(25.5%), 우리은행(18.3%), 외환은행(16.5%) 순이었다.
거래건수 별로는 국민은행이 1696만3398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신한은행(1432만971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르스의 확산으로 인해 고객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점포에 가기보다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등 아주 급한 업무가 아니면 은행에 직접 와서 거래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만 봐도 메르스 사태 이후 이체 같은 업무는 거의 비대면으로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아웃바운드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고객을 직접 만나 통장을 개설해 주는 등의 은행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포터블 브랜치’ 방식의 영업은 메르스 이후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6월 포터블 브랜치 가동률은 5~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지난주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던 포터블 브랜치 영업 활동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업체에서 아예 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면 영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상대하는 대면 영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거래는 일단 다음에 하자는 분위기가 대부분의 기업에 팽배해 있다”며 “영업하는 데 메르스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평균손해율이 뚝 떨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1개 보험사 중 9개 보험사의 지난달 손해율이 4월 90.5%에서 5월 79.1%로 줄어들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교통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자동차 교통량이 5월에 줄어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메르스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6월 데이터가 나오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성 ‘나이롱 환자’ 역시 줄어들었다.
A손해보험사의 경우 메르스 발생 이후 교통사고 고객들의 평균 접수율이 지난해 대비 10%대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스 발생 이후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다보니 교통 사고가 줄었고, 사고를 당하더라도 경미한 사고의 경우 병원에 가기보다는 합의를, 기존에 입원해 있던 사람들은 퇴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거나 입원을 하겠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병원에 안가도 된다며 합의로 끝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는 났는데 입원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3분의 1 정도로 준 것 같다"며 메르스 영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롱 환자들은 원래 돈을 노리고 무작정 입원하고 보는데 병원이 메르스를 전파하는 온상으로 떠오르면서 그런 사람이 사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보험업체 직원은 "경미한 사고가 났을 때 병원에 안 가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며 "사고 신고만 하고 상황 봐서 나중에 병원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반면 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는 설계사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상품 설명을 하는 '대면 영업'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