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한 것은 열린우리당만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이 기뻐하고 있을 뿐이지 그 외 모든 당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민심이 열린우리당에게서만 돌아선 것이 아닌 자신들에게서도 돌아서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특히 그렇다.
민노당의 경우 그동안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것에 반해 당의 지지기반이 되어온 경남, 울산 지역에서조차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근거지 없는 당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남, 울산 지역에서 광역단체장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남지사로 출마했던 문성현 당대표의 경우 10.1%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실망의 깊이를 더했다. 무언가 당이 달라져야만 한다는 국민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여기고 있다.
◈반성과 혁신에 모두 동의
근거지에서조차 참패를 한 민노당이 서울에서 선전을 했을 리 없다. 차기 대권 창출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여겨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노당은 겨우 3.0%의 득표율을 보이며 역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민노당은 현재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책을 세우기로 한 민노당은 지난 8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최고위원회-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하며 지난 5.31 지방선거 평가를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선거평가안의 발제를 맡은 안호국 기획조정실장은 "정당지지 12.1% 득표는 열린우리당의 급락과 한나라당의 초강세 속에서 고정 지지를 확보한 것이며, 당선자수 81명은 2002년 45명에 비해 36명 증가한 것으로 일정정도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설정한 목표인 300만 득표와 300명 당선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특히, 울산 북구와 동구의 기초단체장 2곳을 상실한 것과 다른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결과가 당이 안고 있는 문제로부터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문성현 대표는 "선거패배라고 규정하기에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의미 있는 지표들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10.26 재선거와 이번 5.3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전체적으로 반성과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부, 스스로 채찍
천영세 의원단 대표 역시 "상처가 났으면 지나치게 아파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 아픈 척 하는 것도 문제"라며 "그간 당이 어설프게 정치공학이나 선거공학에 매몰되고 서민들의 민심을 읽고 얻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천 대표는 "이번 선거기간을 통해 당원 전체가 재래시장과 공장, 그리고 주택가 골목골목을 돌며 평상시보다 더욱 서민들의 가슴에 가까이 다가갔다"며 "이렇듯 대중 속으로, 민중 속으로, 지역 속으로, 다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며 '대중정당' '서민정당'으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은 "총선 13% 지지율과 똑같다면 문제가 있다. 이러다간 정당지지율이 10%대로 고착화될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체성을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 당내문제보다 대중이 요구하는 것을 중심으로 노선과 활동을 바꾸어야 한다"고 보다 폭넓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대중정당으로 변화를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도 '서민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민노당은 대안정당으로 실험대에 오른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위한 자기전략 준비가 필요하다"며 "당이 서민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서민제발전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하고, 경제정책 입안 단계부터 서민들과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정당의 꿈
전반적인 평가로는 대중정당으로 면모가 취약하고 정치적 위상이 하락하는 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며, 10.26 재선거에서 드러난 당의 구조적 문제가 선거결과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고, 800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선거전의 경험을 쌓고 민주노동당의 지역기반을 마련했다는 소중한 성과를 남겼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 선본에 대한 평가로는 준비과정에서 지도부 사퇴, 당직선거 등으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선거를 맞이했고, 800여명의 후보가 존재하는 전국적 선거에 맞는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후 기본과제로 대중정당으로의 면모 혁신과 지지기반 구축이 제출됐으며, 당면과제로는 △ 대국민 정치활동에 주력 △ 장기적 조직적으로 당의 지역정치인을 발굴 육성 △ 당의 폭을 넓히고 지역의 당 외곽조직을 구축 △ 민생과제와 관련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 △ 지방선거에서 제기된 점들에 대한 연구대책 등이 제출됐다.
7시간에 가까운 난상토론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민노당의 대중정당의 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