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봉화제가 열리는 매봉산 일대에 일명 왜송으로 불리는 리기다소나무가 뒤덮어 있어 호국본훈의 달을 맞아 민족 정기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관순열사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 매봉산 일대 수십 만 평에 일제 강점기와 1960년대 이후 녹화사업을 거치면서 수 천 그루의 리기다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유 열사의 혼을 기리는 초혼묘와 추모각, 생가 일대에는 일제에 의해 심어진 리기다소나무가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1일 천안시사적관리소 및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리기다소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집중적으로 심어졌으며, 60년대 정부의 녹화사업 때 무분별하게 식재돼 현재는 50-70년생이 수 천 그루에 달하고 있다. 특히 매봉산은 유관순 열사가 성장하고 3.1운동 거사를 앞두고 봉화를 올렸던 곳으로, 민족정기가 훼손돼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탑원2리 이장 노복호 이장(65)은 “아버지 때인 왜정(일제시대) 당시 송진채취와 녹화사업을 위해 리기다소나무를 심었다”며 “대부분 50년생 이상의 리기다 수 천 그루가 산림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이장은 “왜송이 민족의 얼이 깃든 유관순기념관을 에워싸 베어내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도 많았다”며 “일부 임야 소유자는 리기다를 베고 잣나무로 갱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지난 해 천안시청 홈페이지에 “애국열사가 모셔진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 왜송이 심어져 있다니, 개탄스럽다”며 “하루속히 베어내야 마땅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뒤늦게 천안시와 산림청은 수종 갱신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매봉산 대부분이 사유지로 돼 있어 수종 갱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관순기념관 관리인 황규철씨(47)는 “왜송이 추모각을 둘러싸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89년 추모각 주변 일부에만 리기다소나무를 제거하고 잣나무를 심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등산객들이나 참배객들이 리기다소나무가 심어져 있다며 베어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연차적으로 유관순기념관 일대의 리기다를 제거하고 잣나무 등을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안시는 매봉산 일대(추모각의 뒤편의 사유지) 11만1695㎡(3만3787평)를 지난 4월 매입했으며 여기에 유 열사와 함께 독립만세를 부르다 순국했으나 방치된 48인의 위패를 모실 추모각 건립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