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로 1회부터 9회까지 공 하나하나가 기록된다.
이를 기록하는 기록원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최초 2500경기(1군)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25년 경력의 김태선 기록원은 통산 2499경기 출장으로 오는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도 나서면 심판·기록원 통틀어 처음으로 2500경기를 맞이한다.
김 기록원은 지난 1991년 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입사한 후 이듬해 8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OB 베어스와 태평양 돌핀스와의 경기 때부터 투입됐다. KBO의 공식 기록원은 수습을 포함 총 17명으로 프로 선수들만큼이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사소한 기록 하나가 중요한 야구인만큼 이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조금이라도 실수가 들어가면 완전히 잘못된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김 기록원은 “타구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 목을 빼고 보다 보니 자연스레 목 디스크 증세가 왔다. 디스크 증세가 있는 동료들이 많다. 장비를 챙겨 몇 시간씩 운전해서 다니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다”고 밝혔다.
좌우 시력 1.2였던 그는 현재 0.1로 떨어졌다. 그물망 사이의 공과 선수들을 면밀히 살피느라 눈에 피로가 쌓인 탓이다. 체력 소모도 심해 등산 등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1년에 두 차례 체력테스트를 받는다.
김 기록원은 “1997년 5월2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OB전이다. 포수의 패스트볼로 정민철의 퍼펙트게임이 깨졌다.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이고,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웠다. 그날 정민철의 투구는 정말 완벽했다. 엄청난 역사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라며 이날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최초 2500경기를 앞둔 그는 “‘내가 잘못 판단하거나 잘못한 행동은 있지 않았을까’,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다”며 “감독이나 선수들이 심하게 항의하면 나도 맞선 적이 종종 있었다. 25년을 보내보니 반성할 것들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덧 아이들도 다 자랐다. 큰 애는 취업준비 중이고, 둘째는 군대에 가 있다. 생일이나 어린이날에 아빠로서 뭘 해준 게 없다. 나는 0점짜리 아빠”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일본을 이긴 한국인(장훈 저)’이라는 책을 읽고 야구를 하게 됐다. 장훈 선생님의 최다안타 기록이 3085개”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선생님의 안타 수만큼 야구장에 나가고 싶은 게 바람이다. 60세까지 이 일을 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