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SK(주)와 SK C&C간 합병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주총에서 의결권 행사 전 여론을 살피기 위해 ‘돌발변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국민연금 민간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오는 26일 개최되는 SK합병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위는 기업 합병 등 중요 경영안건 중 기금운용본부가 자체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결정하는 일을 한다.
전문위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합병비율’이다. SK C&C와 SK(주)가 지난 4월 1:0.74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는데, 일각에서 SK C&C의 지분 49.35%를 보유한 대주주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것이 전문위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SK 측은 합병비율과 관련해 자본시장 관련 법률에 따라 기간별 시가를 가중 평균해 합병 비율을 산출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사 국민연금이 반대한다고 해도 SK C&C와 SK(주)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지분은 총수일가와 계열사가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SK C&C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43.43%이고, SK(주)는 최 회장 등 총수일가가 0.04%, SK C&C가 31.82% 등 총 31.87%를 가지고 있다.
◆ 국민연금, 민간위에 결정 떠미는 이유는
이번 전문위의 결정이 주목을 받는 것은 오는 7월17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향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과거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반대표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비율은 적었다. 국민연금이 최근 1년간 총 14건의 합병 및 영업양수 안건에 대해 반대 혹은 기권한 사례는 3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모두 의결권행사 전문위를 거쳤던 안건이었다.
특히나 이번 SK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17만1853원) 보다 주가(19만5500원)가 14% 높게 형성되고 있어 사실상 반대표를 행사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전문위의 결정을 미심쩍어 하는 시각이 많다.
당초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두고 중요 경영안건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위원회에서 다루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수도 없이 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안건이 민감하다는 이유로 중요 결정을 전문위에 떠밀고 있다. 이에 재계는 기업 주요 경영전략 결정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