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은 세화약품 등 부산·경남 지역 7개 의약품 도매상들이 소송 끝에 11억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취소 받게 됐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세화약품 등 의약품 도매상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는 2006년 6월부터 1년 동안 ‘도도매 거래’를 해 왔고, 이후 2008년 입찰까지 큰 변동 없이 도도매 거래가 이어졌다”며 “이로 인해 울산대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 시장에서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됐다”고 판시하고 도도매 거래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도도매 거래로 인한 부당경쟁 제한성은 인정하고 시정명령은 유지했지만, 이 같은 행위가 담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과징금 납부 명령에 대해 “도매업체들이 도도매 거래를 한 것은 2006년 입찰이 종료된 다음날”이라며 “2007∼2008년 매출 총액만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해야 하는데도 2006년 매출까지 포함시킨 것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세화약품 등 7개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2006년 입찰 당시 ‘도도매 거래’에 합의했다.
‘도도매 거래’란 도매상 간 유통거래 방식으로 낙찰 받은 도매상이 기존 제약사와 거래를 하다가 입찰에서 탈락한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낙찰가대로 의약품을 구매해 납품한다. 이후 병원에서 대금을 수령하면 다시 그 도매상에게 낙찰가대로 금액을 송금하는 식이다.
입찰경쟁이 계속되면 낙찰을 받더라도 도매마진이 종전보다 감소할 것을 우려해 경쟁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3월 이들 업체들의 도도매 거래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세화약품에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총 7개 업체에 11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세화약품 등 의약품 도매상들은 이를 취소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후 원심은 이 같은 의약품 도매상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들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미리 낙찰자를 결정하고 물량배분에 합의하는 도도매 거래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만큼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보면서도 2006년 매출까지 포함시켜 과징금을 계산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 시사포커스 / 오현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