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피할 수 있을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높다. GS그룹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등 일찍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다른 국내 대기업들에 모범이 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그간 GS칼텍스를 비롯 GS건설과 GS홈쇼핑 등 다수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와 오너 일가 고배당 등의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과징금을 부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실상 모범이 될 만한 부분이 크지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존재한다.
◆ 전경련 회장 3연임 허창수, 공정위에 입김 넣을까
재계는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3연임 하게 되자 GS가 ‘대기업 사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GS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빠른시일내로 마무리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가 확인되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2월1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법률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상장 계열사 30%, 비상장 계열사 2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만약 그 기업에서 매출의 12% 이상 또는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공정위 제제를 받게 된다.
지난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GS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기준에 걸리는 계열사 총 20곳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그룹 중 규제대상 계열사 보유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부거래율 또한 높은 수준이었다. 2013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400억 원으로 5400억원(24.4%)이나 증가했다.
◆ 4세들 집중포화 GS ITM, 일감몰아주기 제재는?
GS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유독 높은 것은 그 수혜자가 GS 오너 일가 4세에 집중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GS, GS네오텍, 옥산유통, GS ITM 등 GS계열사 18곳이 규제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GS그룹 일가 4세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GS ITM가 수년째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 이목이 집중됐다.
GS ITM은 IT토탈서비스업체로 GS그룹에 편입된 2006년 당시 29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불과했지만 이후 8년만인 지난해 매출규모는 8배 이상 늘었다. 매출액은 2011년 1200억원에서 3년 후인 지난해 251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65억원에서 94억원으로 늘었다.
일감몰아주기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덩치가 커지고 있는 GS ITM의 최대주주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대표의 장남인 허서홍 씨로 22.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선홍 씨(12.74%),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8.35%),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 허준홍(7.08%)씨 등 순으로 오너일가 4세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GS ITM은 2011년 특수관계자 거래로만 전체 82%에 달하는 987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후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난해에도 절반 수준을 유지하며 공정위 규제 기준인 12%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상위 5개 계열사인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텔레서비스, GS건설 등 그룹과의 내부거래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2013년 1117억원, 지난해 997억원으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출의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GS ITM이 2008년부터 순이익의 30% 가량을 매년 결산배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2008년 12억원이던 배당금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 지난 2012년 20억원이 됐고, 주당 배당금 역시 2013년 3340원에서 지난해 4000원으로 확대돼 오너일가 4세인 호준홍, 허서홍, 허윤홍, 호선홍 등 4명에게 12억2176만 원이 돌아갔다.
다만 GS그룹은 GS ITM의 내부거래율과 관련해 IT업체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GS그룹은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 비중을 줄여나가는 중”이라면서도 “IT솔루션의 경우 기업의 정보 보안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다른 일감 몰아주기 분야와 똑같이 볼 수는 없다. 다른 기업들 역시 IT 업무는 보안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함부로 (다른 업체에)맡길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