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비판할 자격 있나?
문재인, 박근혜 비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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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동안 정치권에 쌓여왔던 불만을 작심한 듯 쏟아냈고, 이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지도부까지 싸잡아 맹비난을 퍼부었다. 서슬파란 박 대통령의 비난 발언들에 여당은 발칵 뒤집혔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탈당을 작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청 관계가 이처럼 악화일로로 치달아서 좋을 것 없다고 판단한 여당은 곧바로 반성모드로 돌아섰지만, 야당은 분위기가 달랐다. 치솟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고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면서 “야당은 그동안 국가적 위기 앞에 정치권이 힘을 모으자고 호소해왔다. 정쟁을 피해기 위해 국회법도 국회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대승적 결단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대통령의 정쟁선언이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문 대표는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했다”며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부득이하게 거부권 행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예의바르고 정중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 대표가 이 같은 비난을 퍼부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인해 분당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분열적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구인가.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문제를 두고 당내 비주류-비노계의 거센 반발을 묵살하고 자신의 뜻을 끝까지 밀어붙인 문재인 대표 때문이 아닌가.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정쟁선언을 했다”고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이다. 자신은 당을 분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대국민을 상대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 비난을 퍼붓다니 실소가 나올만한 일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분개하면서 여야를 비판하며 예의바르고 정중하지 않게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 또한 자신은 어땠는가. 일부 언론에 따르면, 문 대표는 비주류-비노계가 최재성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주변에 “당직 인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은 발끈발끈하고 박근혜 대통령만은 문제라는 것인가?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했다는 비난이 마치 문 대표가 자신 스스로에게 ‘당의 평화를 깨고, 계파갈등을 유발하고, 분당까지 치닫게 했다’는 자책을 쏟아내는 말처럼 들린다. 당내 비주류 황주홍 의원도 이렇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날렸는데, 문 대표의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얘기들이 바로 본인 스스로를 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치 지도자라면 남의 허물만 보는 편협한 시각이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문재인 대표는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야권의 거물 아닌가. 문 대표 눈에는 박 대통령이 불통이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못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문 대표 또한 마찬가지란 얘기다. 이러니 정치가 항상 남 탓하고 정쟁만 거듭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잘못과 나의 허물은 묻어 버리고 남 탓만 하는 정치는 이제 정말 우리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만약 차기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이 점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끝까지 남 탓만을 하는 편협함이라면 국가를 올바로 이끌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문제부터 직시하고 남의 문제를 비판하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절실한 때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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