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의 눈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성행하고 있는 성인 PC방이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아직 표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PC방이 늘면서 우리 사회에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중독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단속 강화가 요구된다.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카드 게임 같이 보이지만 사이버 머니가 아닌 현금으로 하는 카드 게임으로 클릭 몇 번에 수백만원을 잃을 수도 있다. 운이 좋아 게임에서 이긴다면 사용하던 사이버 머니를 근처에 마련된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지만 딴 돈의 5%는 수수료로 내야한다. 이들 성인 PC방들은 등급미필 인터넷게임인 ‘포커’나 ‘바둑이’, ‘맞고’ 등을 할 수 있는 PC를 설치한 뒤 손님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이버머니를 판매해 불법도박을 하도록 했으며 손님들이 게임에서 취득한 점수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면서 10%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 등으로 업소당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머니를 사용한다는 점만 빼고는 실제 카지노와 다를바 없는 이들 불법 성인PC방은 전국적으로 4천여개 정도로 경찰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 PC방에서의 불법적인 인터넷도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종 폐해를 낳고 있다”며 “도박장을 개설한 업주도 문제지만 불법인줄 알면서도 인터넷도박을 즐기는 시민들이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주택가까지 퍼진 불법성인PC방
유흥가를 중심으로 성행하던 불법성인PC방이 무서운 속도로 주택가를 공습하고 있다. 제도상의 허점과
허술한 단속 속에 인터넷성인PC방이 각 가정의 대문까지 파고들고 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5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성인오락실은 1만5천1백59곳. 2003년 1만1천7백21곳에 비해 3,400여곳이나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거의 모든 산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유독 성인오락실만 2년동안 30%가 넘는 급성장을 해온 셈이다.
특히 2년 만에 성인오락실이 30%가까이 늘어나면서 기존 유흥가에서 흡수하지 못한 성인오락실들이 주택가로 파고들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유흥가를 떠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주택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오락실 업주들이 주택가에 업소를 차리는데 걸림돌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한다. 성인오락실은 일반게임장으로 분류를 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만 갖추면 행정기관에 신청만 하면 주택가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별다른 제재수단도 없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허용한 오락기계와 거래가 가능한 상품권만 취급하면 합법이어서 단속도 어려운 것이다. 성인 오락실의 주택가 침입이 우려되는 것은 이 곳은 찾는 이들이 대부분 중산·서민층이라는 점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지난해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락실 주이용객은 가계소득 2백만원이 넘지않는 일반 서민들이었다. 성인오락실 시장은 가히 늘어만 가고 있는데 정부는 ‘나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사이에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빈털터리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성인오락실 입주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최근 성인오락실 영업을 두고 주민과 업소측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역시 얼마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일반PC방이 지난주부터 성인PC방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영업을 시작하자 주민들은 ‘학교 주변에 성인PC방이 웬말이냐’며 당장이라도 문을 닫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단속 손길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법적요건만 갖추면 구청에서 접수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박규제네트워크 이진오 위원장은 “당국에서 단속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는 이미 도박으로 서민경제가 파탄이 난 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PC방 업주들 화났다!
온라인 경마 · 고스톱 · 포커 · 바카라 등 도박 게임을 즐긴 후 획득한 사이버 머니를 현금화 할 수 있는 불법성인PC방이 확산돼자 일반PC방 업주들과 게임장 업주들이 이의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광식 인터넷PC문화협회 중앙회장은 9일 "사행성 PC방의 창궐로 기존 PC방과 게임장이 막대한 타격을 입어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나아가 건전한 게임산업 자체를 황폐화 시킬 것"이라며 "문화관광부는 사행성 PC방에 대한 단속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영등위는 사행성 게임물의 심의를 신중히 하는 한편 사후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사행성으로 변질되는 게임물에는 무거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석 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도 "PC방을 사실상 도박장으로 만든 불법업소가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향후 불법 업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경찰 등 단속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관계당국 단속 어렵다?
상식적으로만 봐도 이들 성인PC게임장은 도박장을 개설한 것이고, 이용객들 역시 도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충분하다. 또한 딴 사이버 머니를 바꾸는 환전행위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을 적용할 수 있고, 영등위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상당수 게임장들은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의 하소연처럼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오는 10월부터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되지만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은 현재로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이들 불법성인PC방의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본사와 체인의 형태로 이루어진 특성상 체인점에서 서버를 끊어 버리면 본사를 적발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 사행성 게임장이 PC방으로 등록, 자유업이다 보니 지도·단속의 가장 기본이라고 볼 수 있는 업소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 한다는 점이 문제다. 경찰 단속 시 순식간에 게임을 다운시켜 일반 PC방과 똑같이 하는 등 단속을 피하는 교묘한 수법도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성인오락실처럼 보다 강한 규제법이 나올 때마다 교묘히 피해 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PC방과 환전소를 동일 업소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있는 데다 단속이 이뤄진다고 해도 현행법상 벌금형에 그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게 관계전문가의 지적이다. 획득한 점수를 인근 환전소가 아닌 인터넷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현금을 지급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적발을 한다해도 재판까지 마치려면 수개월이 소요돼 그 사이 영업이 가능하고, 단속 시 컴퓨터 본체를 압수해봤자 금세 다시 설치되기 때문에 근절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관계 전문가는 "명백한 도박인데도 도심에 사행성 게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단속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법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단편적 증거 아니겠느냐"라면서 "사특법 적용을 강화해 불법 온라인도박장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펼쳐야 하고, PC방 시설 등록을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변경해 단속 및 사후관리가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도심 복판에서 버젓이 불법 도박이 성행하고 있는데 단속규정이 어떻고 저떻고 따질 때인가"라며 "전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수시로 단속하고 손님들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면 이를 없애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단속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시민도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온라인 도박장이 조폭들의 자금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인력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경찰의 수사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라"며 질책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청은 최근 PC방이 도박장으로 급속 변질되고 있다고 보고 내달 4일까지 사행성 PC게임장을 집중 단속한다고 지난 5일 밝혔으며,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성인PC게임장을 포함한 성인오락실의 각종 불법 영업행위에 대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 불법영업 단속강화를 위한 '게임물점검단' 신설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사행성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해당 규정을 '현금 및 현금과 쉽게 환전될 수 있는 점수나 사이버 머니로 보상되어지는 경우'로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행성 게임과 업소의 범람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행 법률 상 규제가 어려워 형법을 적용해 사업장을 개설한 업주 및 이용 고객까지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면서도 "게임과 관련한 것인만큼, 게임산업을 규정하는 법률을 통해 사행성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적시해 이를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유흥가는 물론이고 주택가 길목에서까지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성인 PC방은 그 수가 점점 늘어만 가는데 단속하기 위한 관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이들 불법성인 PC방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