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브로커의 밀입북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탈북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A(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밀입북 행위가 모두 국보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될 때만 국보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A씨는 2000~2006년 탄광에서 일하면서 중국을 왕래하는 주민들로부터 돈을 받고 두만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2006년 8월 북한 당국의 감시와 조사를 받게 됐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된 A씨는 같은 해 9월 탈북, 이듬해 2월 태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귀순했다.
A씨는 탈북 이후 2011년 7월 북한에 있는 선친의 유골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탈북 브로커 B씨에게 “700만원을 줄 테니 선친의 유골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B씨의 밀입북과 재탈북을 도왔다가 적발돼 국보법상 편의제공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북한 지역으로 탈출한 뒤 다시 잠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를 도운 A씨 역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가 경제적 이유로 탈북 브로커 행위를 했을 뿐 탈북자로서 남한생활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북한에 돌아가려고 밀입북 했다거나 북한 체제에 동조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이를 도운 A씨 역시 무죄라고 판결했다. [ 시사포커스 / 오현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