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 ‘국민 심판’ 발언까지 쏟아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과 관련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사안의 경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국회의 국회법 개정안 등 일련의 법안처리 과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보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선관위는 또,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간접적 지지 표현을 탄핵정국으로까지 이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현직 대통령의 지위에서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가 다른 점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행해진 시기가 국회의원 선거를 약 2달 남겨놓은 시점으로 선거의 임박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그 내용에 있어서 특정 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반복하여 표명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직접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내년에 예정된 국회의원선거까지 비교적 장기간이 남은 시기에 행해졌으며, 국회의 국회법 개정안을 비롯한 법안처리 과정을 비판한 것으로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임수경 의원은 또, 2004년 당시 김호열 선거관리실장이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한 것으로 적극성, 능동성이 결여되어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발언의 적극성과 능동성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적극성-능동성은 선거운동의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요소인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적극적-능동적으로 행해졌다 하더라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의 이 같은 유권해석에 임수경 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엄정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선관위가 권력의 눈치 보기로 정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당선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계신 분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다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며 “그러나 신뢰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중략)...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 말미에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문제가 된 ‘배신정치 심판’ 발언을 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