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공천 전쟁 치를 때가 아니다
벌써부터 공천 전쟁 치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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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바른 마음부터 갖는 일이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을 둘러보고 소외된 이웃을 세심히 챙기는 일도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는데 급급하다면 나라는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모두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온통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간 전쟁이, 야당은 친노와 비노간 전쟁이 지긋지긋하게 그칠 줄 모르고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시시때때로 부딪히며 대립각을 세워왔던 이들 계파들은 최근엔 아예 드러내놓고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두고, 야당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문제를 두고 그야말로 홍역을 앓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계파간 갈등의 본질을 살펴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내년 20대 총선 공천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작심하고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를 겨냥해 ‘배신, 심판’ 발언까지 쏟아낸 것 또한 차기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비박계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밀리기만 하고 있는 친박계를 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해석까지 나와 버렸을 정도니, 유승민 원내대표로서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란 더욱 쉽지 않아졌다. 자신의 거취 문제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친박 vs 비박 간 헤게모니 다툼 성격으로 돼 버렸으니 말이다.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새누리당은 과거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에 대한 친이계의 공천 학살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4개월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권력을 얻은 친이계는 공천에서 친박계를 대거 배제시켰고, 분노한 친박계는 당을 떠나 친박연대 등 자구책을 마련해 정치 생명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그와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미래 권력을 등에 업고 있는 친박계 주도로 선거가 치러졌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친이계가 배제되고 말았다.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 번씩 칼을 휘둘렀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한 번씩 당한 경험이 있는 양쪽 계파가 20대 총선에서는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박근혜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미래권력이 현재 여당에는 없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이런 갈등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유승민 사퇴 문제를 놓고 벌이는 여당의 계파 갈등도 결국 본질은 총선 공천 문제에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과 당청 소통 문제라는 명분이라도 가지고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야당은 이런 명분도 없이 대놓고 총선 공천 문제로 싸우고 있다.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 임명 문제를 놓고 어느 계파가 맡느냐는 문제였다. 그동안 공허한 탕평 인사를 외쳐오던 문재인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춰뒀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이 때문에 문 대표의 진정성이나 양심은 땅바닥에 버려졌다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결국 총선에서 친노 계파 공천을 하고, 친노가 장악한 당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힘들이지 않고 대권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이 문 대표의 속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심야 회동까지 하면서 갈등 상황을 일단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니다. 새누리당이 과거 계파간 주고받아온 공천 학살 사태 이상으로 새정치민주연합도 친노와 비노간 피 튀는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온 전력이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난닝구와 백바지 갈등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 아닌가.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들에게는 지금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메르스가 얼마나 심각한 상처를 주고 있는지, 또 민생이 지금 얼마나 피폐해져 있는지 서로 정신 없이 싸우느라 살펴볼 겨를이 없다. 정말 국민을 먼저 섬기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한다면 계파도 필요 없고, 공천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제발 이제 그만 다투고, 앞으로 남은 총선까지 오롯이 누가 더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지만을 놓고 경쟁하길 기대해본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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