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응원물결속 버려진 시민의식
뜨거운 응원물결속 버려진 시민의식
  • 김윤재
  • 승인 2006.06.1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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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시민의식 실종
13일 밤 응원 열기는 4년 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가 경기가 끝난 뒤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차는 등 4년 전 보여줬던 시민의식은 실종 된지 오래였다. 30여 만 명의 인파가 몰려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던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거리가 쓰레기 더미가 됐다. 대한민국 '응원의 메카'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신문지와 먹고 버린 음식용기, 그리고 맥주캔과 바람 빠진 응원 도구 등으로 온통 뒤덮였다. 광화문을 찾은 한 시민은 "외국인들도 볼텐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며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자기가 다시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시청앞 광장을 찾은 다른 시민도 "2002년 월드컵 때는 외국인들이 오니까 청소도 잘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청소하겠다는 의식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행사 주최자가 있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 일부와 세종문화회관 앞 쪽은 주최 측의 홍보와 도우미들의 청소로 쓰레기 정리가 비교적 원활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정리에 의존해야 하는 시청 앞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특히 소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고서도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 모습을 본채만채 기차놀이 등 자신들의 흥을 돋우는데만 열심이었다. 한 행사 도우미는 "응원 끝난 뒤 청소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응원을 잘한만큼, 즐긴만큼 청소도 잘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응원전에서 아쉬운 점은 이뿐만 아니었다. 주위 사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 관중 대열 속에서 담배를 태우는 흡연자들, 그리고 안전사고 위험은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폭죽을 쏘는 사람 등 주변인을 배려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2년 당시 응원의 열렬함 뿐 아니라 자발적인 뒷정리와 응원 에티켓 등으로 세계인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았던 '한국의 붉은 응원문화'. 이제는 응원의 열렬만 남았을 뿐 시민의식은 찢어진 신문지처럼 길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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