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도 아쉬운 삼성물산…일성신약 행보 눈길
한 표도 아쉬운 삼성물산…일성신약 행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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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제약보다 주식투자로 더 유명…결정 고심에 존재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의 표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05%를 쥐고 있는 일성신약(대표 윤석근·사진)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삼성물산이 엘리엇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엘리엇에 승리를 거두면서 오는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로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합병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일성신약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2.05%를 쥐고 있는 일성신약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합병 계획 발표 초기부터 꾸준히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대표이사)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과 엘리엇 어느 쪽과도 연대하지 않겠다”면서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석근 부회장은 “삼성물산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아닌 만큼 투자이익과 일성신약 주주 가치 극대화를 최우선에 두고 고민할 것”이라며 “외국계를 비롯한 주주 의사를 수렴하는 중”이라면서 이달 초까지는 입장을 명확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윤석근 부회장을 비롯해 일성신약 측에서 수 차례 엘리엇의 주장과 취지를 같이 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일성신약이 결국 삼성물산의 반대편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치열한 표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일성신약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할 경우 47% 이상이 찬성표가 필요하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삼성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 13.8%다. 여기에 아직 자사주 매각 금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KCC 지분 5.96%가 있는데,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19.8%가 된다.

10.15%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은 21.5%다. 이 지분을 모두 흡수할 경우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41% 정도로 6% 가량의 우군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최근 ㈜SK와 SK C&C의 합병 결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반면 7.12%를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지분율은 33.61%다.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지분들을 감안하면 양측은 누구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양측이 치열하게 위임장 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은 일성신약의 존재감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3일 일성신약은 전일보다 1500원(1.06%) 오른 14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합병 계획을 발표했던 지난 5월 26일 직전(13만1500원)에 비하면 10%가량 오른 상태다.

◆일성신약, 주식투자로 더 유명세

▲ 일성신약은 본업인 제약보다 주식투자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일성신약

지난 1954년 설립된 일성신약이 이처럼 삼성물산 건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간 일성신약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일성신약은 제약사임에도 부업인 주식투자로 더 유명한 회사다.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총 자산규모는 3773억원으로 이 가운데 투자자산이 54.4%(1991억원)이나 된다. 본업인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원으로 8%도 채 되지 않는다. 통상적인 제약업체의 유형자산 비율은 60% 안팎인 것에 비해 분명 독특한 구조다.

일성신약은 과거에 KT, SK, 삼성중공업, 외환은행, 한국전력, SBS, 현대오토넷 등에 투자한 전력도 있다. 현재 주식투자 차익과 단기금융투자 등으로 매년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금융수익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반면 본업인 제약 사업의 경쟁력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사업인 항생제와 엑스레이 조영제 등은 매출 면에서 2012년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1분기 영업 이익은 1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8%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대를 벗어나지 못햇다.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 역시 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이 1.9%에 불과하다.

현재 주 투자자산은 삼성물산이며 실제로 삼성그룹과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근 부회장의 아버지인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2007년 삼성물산의 초청으로 중동 공사 현장까지 다녀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970년대 KDB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을 설립하고 회장으로 재직했던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증권업계 1세대로도 유명하다.

한편 일성신약은 과거 대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바도 있어 ‘남이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냐는 비난도 나온다. 최종 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2010년 일성신약-씨스코통상의 합병 건에서 대주주 윤병강 회장 일가는 1:2.99로 최대주주 일가에 유리하도록 비율을 산정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 펀드는 “대주주들이 합병과정에서 씨스코통상의 가치를 2~3배 부풀려서 피해를 봤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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