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굴곡이 많은 정당사에서 2년 3개월 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물러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이임식이 1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야외 마당에서 열린다. 대선1년 6개월 전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당헌. 당규에 따라 새로운 대표를 뽑는 내달 11일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1997년 한나라당 창당이래 처음으로 대표 임기를 마쳤으며 정치의 꽃인 선거에서 '전승신화'이룩한 당 대표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박 대표가 지난 2004년 3월 탄핵 후폭풍 속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한나라당의 과도 대표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대선후보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지금의 위상을 예견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나라당은 당시 영남 정서와 박정희 향수를 자극해 '침몰' 만은 막아보자는 '최후의 카드'로 박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카드' 는 20여일 뒤 4.15 총선에서 121석을 건져내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는 서곡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6월 재보선에서 16석을 얻어 우리당을 압도했으며, 이듬해 치러진 4.30, 10.26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 완승을 이끌어 냈다. 급기야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시. 도지사 16곳 중 12곳을 석권, 원내 142석의 집권여당을 사실상 '지역당'으로 내몰았다.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의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7%(탄핵 당시)에서 50%대로 올려놨다. 27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대표직 수행을 통해 유력한 대권주자 반열에도 들어섰다.
연전연승 가도에 힘입어 초창기 불안하기만 하던 당 장악력은 이제 어느 정도 갖춰졌고 소
위 '친박(親朴: 친 박근혜)'계로 불리는 지지세력도 몸집이 커졌다. 박 대표는 행정도시 입법,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입법, 당쇄신안, 사학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와중에서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3선 3인방' 과 소장. 개혁파의 '반박(反朴: 반 박근혜)' 공세를 견뎌내는 강단과 뚝심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수차례의 지도부 개편을 통해 김형오, 김무성, 허태열 의원 등 재선급 이상 중진을 친박(親朴: 친 박근혜)계로 편입했고, 유승민, 전여옥, 유정복 의원 등 초선 측근을 얻었다. 3선 3인방이 사실상 반박(反朴) 공세를 중단한 것도 수확이다.
박 대표는 이런 가운데 상생과 대화를 강조하는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대여(對與) 장외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외유내강의 리더십도 정치적 고비마다 선보였다. 당대표라는 '제 1 시험대'를 통과한 박 대표는 이제 대선주자로서 더 어렵고 험난한 '제 2 시험대'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계파를 두지 않겠다" 는 박 대표이지만 냉혹한 대권경쟁을 뚫고 나가려면 당내 지지세력의 확충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일단 박 대표는"퇴임 후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일도 하며 몸을 추스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권 조기 과열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별도의 사무실을 내지 않고,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