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부담으로 가중되는 가계 경제
지난 해 경기침체와 금리하락의 영향으로 월급은 조금 늘고 재산은 줄었지만 돈 씀씀이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가운데 특히 사교육 지출은 소득 증가율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연간 및 4/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3만9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5.3%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9년의 4.3% 이후 가장 낮은 것.
여성의 구직활동 늘며 배우자의 근로소득 증가
소득형태별로는 근로소득은 8.9% 늘었고, 여성의 구직활동이 늘면서 배우자의 근로소득도 14.3% 증가해 가구주의 소득증가율 8.4%를 앞질렀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율 하락으로 재산소득은 무려 20.9%나 감소했으며, 사업소득과 이전소득 역시 각각 6.0%, 5.8% 감소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265만5000원으로 전년의 261만2000원에 비해 1.6%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득은 조금밖에 늘지 않았지만 지출은 소득이 증가한 것보다 더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도시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28만원으로 전년의 213만6천원에 비해 6.8% 증가했다. 가계 지출 증가율도 전년의 3.8%에 비해 3%p가 높아졌다. 또한 도시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교육비, 교통비, 의료비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며 193만7000원을 기록, 전년보다 6.0%나 증가했다. 이는 전년 증가율 4.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비는 22만원으로 11.1%, 보건의료비는 9만원으로 14.4%, 교통통신비는 33만9000원으로 9.3%, 식료품비는 51만5000원으로 7.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교육비 가운데 사교육 지출은 12만5700원으로 전년의 8만9000원보다 40.8%나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90년 43.4%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소득 증가율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도시근로자가구의 교육비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아동보육료 등 가사서비스료도 증가율이 45.6%에 달해 가계의 부담을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비소비지출은 조세 납부액이 9만2000원으로 2.7%, 공적연금이 8만1000원으로 12.3%, 사회보험료가 5만4000원으로 22.9% 증가해 전체적으로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지출의 증가세는 교육비, 보건의료비, 통신비 등이 주도했다"며 "한두 명의 자녀와 생활하는 3~4인 가구의 소비증가율이 다른 가구보다 3~4배에 달하는 것도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물가 많이 올라 근로자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웠다"
한편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06을 기록, 전년의 0.312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하위 20%의 5.22배로 전년의 5.18배에 비해 높아져 빈부격차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09만3000원으로 2.3%에 증가하는데 그쳐 전 계층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 하위 20% 계층의 소비지출은 113만1000원으로 7.3% 늘어 소득이 소비에도 못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경기침체로 소득은 많이 늘지 않으면서 물가가 많이 올라 근로자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가파른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5.5%에 달하고 전체적으로도 완만한 경기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IMF는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 때 2004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75%로, 2003년 성장률 추정치를 2.5%로 예측했으나 수출과 내수 회복 전망 등을 감안해 3개월 만에 대폭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노사관계 개선작업의 지연과 4월 총선으로 인한 정국불안, 가계부채문제 등은 경제 회복의 복병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또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정책당국은 원화가치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외화매입의 축소를 촉구했다.
IMF는 26일 발표한 한국 관련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북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정국불안, 내수침체 등으로 2002년 6.3%에서 2.9%로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환율정책과 관련, IMF는 "환율 유연성이 높아지면 국내 경제가 균형 잡힌 성장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경상수지 불균형 조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IMF는 다만 외화 매입은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기회복 전망과 관련, IMF는 과도한 가계부채 때문에 내수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하고 특히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관망세에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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