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유업이 상온에서 안전하다고 홍보한 제품에서 ‘신맛이 난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제품 전량수거에 나섰지만, 이미 대부분이 소비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실적부진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고가 프리미엄 제품 ‘상하목장 멸균 백색 우유 125㎖’를 이달 5일 전량 회수 조치했다. 이달 초까지 약 50여건의 민원이 제기된 해당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통불만 사항은 ‘신맛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매일유업은 “일반적으로 멸균제품의 경우 무균화 공정으로 출고 전 자체검사에서 이상이 없었으나 해당 제품의 제조공정상의 원인 또는 유통과정 중 운송, 취급 시 부주의로 인한 하절기 변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일유업 홈페이지에서 해당제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 매일유업 측 설명이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다.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에 대해 “132~150℃에서 2초간 순간 살균해 실온 보관은 물론 야외 활동이 잦은 계절에도 언제 어디서나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절기 변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은 애초 상온보관에도 쉽게 상하지 않는 ‘안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홍보됐다.
다만 유통과정 중 팩에 충격이 가해져 뜨거운 온도에 그대로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수대상 제품은 유통기한이 8월20일까지인 제품으로 지난달 7일과 8일 매일유업 광주공장에서 총 12만 팩이 생산됐다. 현재 매일유업 측은 12만 팩 중 1만팩 정도를 회수한 상태다. 남은 11만팩은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돼 회수조치가 어렵다는 말이다.
9일 매일유업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제품에서 신맛이 난 이유에 대해 “아직은 조사 중”이라며 “현재까지 1만팩을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식약처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일정에 대해서는 “저희 쪽에서 하는 것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 실적부진…와인사업 계륵?
매일유업이 최근 과잉공급 문제와 업황 악화에 따라 본 사업인 우유사업 부문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 2.9%던 영업이익률이 2013년 2.7%, 2014년 2.4%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2%벽이 깨져 1.4%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본업 외 신규 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일유업이 지분 100% 보유한 와인 수입업체 레뱅드매일은 지난해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13년 부채비율이 1023.8%이던 상황보다 재무구조가 더 악화됐다.
매일유업은 2001년 설립된 레뱅드매일을 필두로 14년째 와인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어떤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레뱅드매일을 통해 100% 지분을 보유 중인 자회사 ‘매일와인판매’ 또한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가 지난해 레뱅드매일에 흡수 합병됐다. 2011년 와인전문교육기관 아카데미듀뱅코리아가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부채비율만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20%에 달했다.
이쯤 되면 매일유업이 ‘와인사업’ 카드를 버릴만 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와인사업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늑장대응 소비자 불만 키우나
한편, 국내 유가공 업계 상위권 반열에 올라있는 매일유업이 ‘상하목장 멸균 백색 우유 125㎖’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접수된지 보름이나 지난 후에야 리콜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가운데, 업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남양유업이 매일유업과의 담합으로 부과 받았던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최근 패소판결을 받아 과거 매일유업이 가격담합에 가담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웠던 전적이 다시 주목받았다.
앞서 2007년 초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각각 ‘카페라떼’와 ‘프렌치 카페’ 제품 가격을 편의점 기준으로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하기로 담합하고 실행했다가 2011년 공정위에 적발됐다. 두 회사는 생산원가 차이로 인해 일률적으로 출고가를 맞추기가 어렵게 되자, 편의점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담합했고 이후 대리점, 할인점 순으로 판매가와 출고가를 조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가 담합 의혹을 피하기 위해 시차를 두고 교묘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하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 각각 74억원과 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검찰에 두 회사 임원 각 1명씩을 고발했다.
이후 남양유업이 공정위 결정에 대해 두 회사 제품 가격 인상 시기가 각각 다른 만큼 담합이 아니라고 맞서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에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컵 커피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가격을 담합해 소비자에게 미친 폐해가 매우 큰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시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이후 올해 4월 대법원 2부 역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