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멀쩡한 노숙자가 진정한 양반?
사지 멀쩡한 노숙자가 진정한 양반?
  • 이성심
  • 승인 2004.02.2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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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숙자 보호대책 악용... 일할 능력 돼도 자포자기해 노숙자 갈수록 증가
저녁시간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사를 이리저리 배회하는 노숙자들이다. 그들은 추운 날씨에도 제대로 된 옷이나 신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거나 욕설을 퍼붓는다.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며 행인들을 쳐다보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분이 유쾌할 리가 없다. 정부, 노숙자 보호 대책 마련 강화 우리 사회의 풍토 속에서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지갑을 열어 노숙자를 돌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몇몇 시민단체가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잠잘 곳을 제공해 주고는 있지만 그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노숙자 지원 예산 증액과 법령 정비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걸인을 포함한 노숙자들이 되레 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숙자 보호를 위해 올해 예산을 지난해 85억여원에서 92억7600만원으로 9% 늘렸다. 이를 토대로 복지부는 '노숙자 쉼터' 등 공공시설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목욕과 빨래 등을 할 수 있는 '드롭 인 센터(drop in center)'를 현재 서울과 부산 등 3곳에서 대전·대구 등 7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7월 말 노숙자들도 법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호법에 '노숙자 보호' 규정을 삽입하고, 추운 겨울 동사(凍死) 방지를 위해 2월 말까지 노숙자 보호 특별대책 기간으로 설정해 지자체에 노숙자 상담과 순찰 활동을 강화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보호시설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노숙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노숙자 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이들을 세분화해 유형화된 쉼터를 도입, 이들에게 필요한 자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노숙자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으므로 사욕과 권력 비리에만 눈이 먼 정부 관료들은 국민들이 납부한 혈세를 헛되이 낭비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향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숙자 복지는 오히려 노숙자를 양성하는 결과 초래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처럼 노숙자 보호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는 시민단체 및 정부의 관심을 악용해 노숙자 생활을 즐기는 이들도 만만치 않아 근본적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장이거론 되고 있다. 실직으로 거리, 또는 쉼터 노숙행을 택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를 부끄러워하고 노숙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어색해 하며 망설임 끝에 겨우 밥을 먹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일하지 않고도 밥을 먹을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복지 시설로 인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IMF 경제위기와 함께 우리사회의 단면으로 나타난 노숙자 문제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사회적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희망의 집 혹은 쉼터로 불리고 있는 노숙자 보호시설이 수백개가 등장했고 여러 가지 형태의 노숙자 보호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노숙자들에 대한 응급구호에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기여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실직으로 인해 행려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니 "노숙자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행려자들을 더욱 의존적인 사람으로 만들게 하므로 더 이상의 복지정책은 노숙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서울역, 새집 마련하고도 노숙자 문제 여전 새 서울역사는 노숙자와 그들을 단속하는 직원들 사이에 쫓고 쫓기는 승강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특히 기온이 뚝 떨어졌던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서울역 근처 노숙자들이 새 서울역사로 몰려드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되어 있는 서울역사는 역사 내 모든 화장실을 고급스럽게 단장했고, 화장품과 수입의류 등 명품매장이 있는 쇼핑센터와 고급 패밀리레스토랑과 카페까지 입점시키면서 '독일의 베를린 초(Berlin Zoo)역처럼 고속철도시대에 걸 맞는 고급이미지로 구 역사 이미지를 벗어버리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서울역의 이런 새해 포부는 며칠 안돼 난관에 부딪혔다. 노숙자들은 24시간 나오는 화장실의 온수 시설, 넓어진 공간 등을 십분 활용했다. 노숙자 이모(44)씨는 "신 역사에는 아무 때나 뜨거운 물이 나오니까 빨래는 물론이고 목욕도 할 수 있다"며 "게다가 공간이 넓고 복잡해서 공안(公安)들을 따돌리기도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새 서울역사는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면서 노숙자들을 내쫒고, 안전관리를 위해 공안분실을 두어 15명의 직원이 하루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며 질서 저해 사범을 단속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노숙자들은 아예 승차권을 구매했다가 탑승 직전에 환불·교환하는 방식으로 탑승객인 것처럼 가장하기도 한다. 한편 이들은 서울역 측의 철저한 관리에 "아무리 저렇게 해봐야 다 소용없는 짓"이라며 "지금은 흩어져 있는 것 같아도 결국엔 다시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노숙에도 남,녀 구분 없다 한편 이러한 양론을 두고 사람들은 거리노숙인 중 여성이 섞여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실제로 전체 노숙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정도이다. 통계상으로는 크지 않은 숫자지만 비율이 적다고 남성 노숙인보다 덜 중요하다거나 심각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여성노숙'이 갖는 위험성이 남성 노숙인과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여성 노숙인이 여성복지의 사각지대로 존재하는 현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노숙인이 되는 주요한 원인으로 경제적인 측면을 꼽는데 반해 여성은 가정에서 살 수 없는 가족문제, 심한 정신적, 정서적 문제와 더 깊이 관련된다. 이 문제들은 가난과 무학, 지지망의 부재와 함께 상승 작용하여 노숙에까지 이르게 한다. 노숙을 하면서는 거리에서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대단히 위험한 삶을 살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여성 노숙인들은 대부분 정신 혹은 지체 장애인, 버려진 노인,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여 부랑생활이 몸에 밴 여성들이거나 이 모든 조건들을 중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여성 노숙인에 대한 지원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여성 노숙인들은 다른 위기 여성보다 훨씬 더 깊은 심적, 육체적 손상이 있기 때문에 일반 여성들의 쉼터와는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여성 노숙인은 기존의 사회복지망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그들을 '거리를 떠도는 정신나간 여성'이 아닌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숙자들을 위한 시설을 악용해 사지가 멀쩡함에도 공짜로 밥 먹고 복지를 누리는 이들 때문에 정말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노숙자들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이들은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세상의 낙오자가 됨은 물론 벼랑 끝에 몰린 인생을 살아야 한다"며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단체, 노숙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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