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모두 당내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으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전쟁을 치르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계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는 비노계가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간 상황이다. 양쪽 모두 권력은 주류 측이 가지고 있으며, 그에 대항한 비주류는 내부 투쟁을 벌이거나 강한 원심력에 의해 시선을 자꾸만 당 밖으로 돌리고 있다.
현 상황 그대로 내년 총선 정국을 맞이하게 된다면, 비박계와 비노계는 공천에서 대대적으로 배제되고 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와 비노계가 제3지대에서 연대해 개혁성향의 중도신당을 만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비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1996년 입당 이래 이토록 참담한 때가 없었다”고 개탄했던 대목만 보더라도 전해지는 느낌 강도가 전과 다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도 사퇴의 변에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법 제1조1항’을 언급하면서까지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 등 비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합리적-개혁적’ 성향의 新보수 노선과는 거리가 멀고, 대통령 눈치만 보며 정치를 해야 한다면 굳이 새누리당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있을 이유가 뭐냐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여당 비박계에도 강력한 원심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심력을 넘어 이미 분열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9일, 중앙당 실무 당직자 출신 당원 50여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나선 것. 4.29재보선에 앞서 천정배 의원 등이 선도탈당한 이후 뜸했지만, 이날 50여명이 무더기 탈당하면서 분열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앞서 이런 상황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크건 작건 분당이 되는 것은 상수”라고 기정사실화시키기도 했다.
다만 천정배, 정대철, 박준영, 김한길 등 신당 추진 세력들이 우후죽순이다 보니 이들이 외부에서 하나로 힘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천정배 의원의 경우 진보개혁성향인 정동영 전 장관의 국민모임 등과 노선상 유사성이 있지만, 다른 신당파들은 ‘중도’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개혁이든, 중도개혁이든 이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나와 외부에서 하나로 힘을 합친다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회의적 시선이 존재한다.
선거 때만 되면 연대론이 나올 것이 뻔하고, 종국에는 통합 얘기가 나오면서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슴 아픈 얘기겠지만, 따지고 보면 비노는 당내에서 친노세력과의 길고 지루한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린 입장 아니겠는가. 친노 패권주의에 밀려 당을 뛰쳐나온 인사들이 새롭게 당을 만든다고 해서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을 넘어서는 대안 세력이 될 수 있겠냐는 근본적 문제제기다.
이런 문제는 새누리당 비박계도 마찬가지다. 비박계에 지금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했지만, 현직 대통령을 등지고 나온 여당 비주류가 과연 대안세력이 될 수 있을까? 카리스마 넘치는 미래 권력이라도 품고 있다면 모를까, 비박계의 독립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국민들은 비박계와 비노계가 따로 무엇을 하기보다, 여야 정파를 초월한 개혁적 정신으로 제3지대에서 연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야를 아우른 개혁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제3 중도신당 창당론이 불붙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물 중심이 아닌, 여야를 초월한 이념과 노선을 중심으로 최초의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가능성의 예술인만큼 전혀 소설 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연대를 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명심할 것이 하나 있다. 패배자들이 자기 기득권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한 활로모색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배신의 정치 세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고, 그동안 그토록 외쳐온 패권정치 청산은 더욱 공고화되는 역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그 판단은 국민이 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부터 바로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후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면 국민적 지지는 자연히 따라 올 것이다. 여야 비주류들의 ‘새판짜기 반란’이 과연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이며, 정치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