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투여’ 남성 병역기피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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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성 정체성 장애 인정된다”
▲ 법원이 가슴이식 수술을 하는 등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여성 행세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법원이 가슴이식 수술을 하는 등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여성 행세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병무청에 성 정체성 혼란이 온다며 신체등급 변경을 요청했으나 면제 받지 못했다. 이후 박씨는 2011년 육군훈련소에 입대했다가 성 정체성이 의심된다는 군 의료진 판단에 따라 귀가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씨가 예전에도 경계성 인격장애 및 성 정체성 장애를 이유로 입대 후 귀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들어 병역기피를 위해 성 정체성 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임수를 썼다며 박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에서 박씨가 처음 징병검사를 받았을 때 정신과 진료에서 정상판정을 받은 점 개인홈페이지에 군대가기 싫다는 글을 남겼던 점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적이 있는 점을 근거로 박씨가 허위로 성 정체성 장애를 행세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박씨가 첫 징병검사 당시 정신과에서 정상판정을 받았던 점에 대해 당시 박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주변과 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이를 밝힐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성소수자나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수적이었던 점에 비춰 박씨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홈페이지 게시글 중 군대에 가기 싫다는 글은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심정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박씨가 정신과 치료 과정에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라고 진술하긴 했지만 여성이 되고 싶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당시 성전환 수술에 대한 부친의 반대와 자신의 내면적 여성성에 의해 혼란을 겪던 박씨가 그 갈등을 표현한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 중 남성복 복장을 하고 다녔다는 점에 대해선 여성 차림이 다른 사람들의 혐오와 비아냥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며 박씨가 자신을 이해하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선 여성 복장을 했던 점에 비춰 평소 남성적 복장을 하고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성 정체성 장애를 부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2004년부터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점에 비춰보면 입대를 앞둔 2010년에야 비로소 여성 호르몬 주사와 가슴지방이식 수술 등을 받았다고 해서 박씨에게 성 정체성 장애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시사포커스 / 오현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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