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과 6.15 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행사로 나라 안이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는 상태지만, 사실 한반도는 현재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미 수주 전부터 주요 외신들을 통해서 북한이 대포동 2호 다단계 미사일 발사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해왔지만, 실질적으로 미 관료들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위여부를 확인시켜줌으로써 그 긴장감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로이터 통신의 경우에도 지난 15일 “북한이 빠르면 2-3일 내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미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 했으며, 16일 교도(共同) 통신은 미국 군사정보에 접할 수 있는 관계 소식통을 인용하여 워싱턴발로 “북한이 대포동 2호로 보이는 미사일 일부를 이미 발사대에 설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기가 한반도를 또 다시 축제의 환각에서 깨어나기를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포동 2호는 관심 끌기?
이 같은 소식을 전한 주요 외신들과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한 북한은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나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외교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왕왕 미사일 실험이나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취해 왔다”고 하면서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핵 6자회담과 관련, 미국 측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전망했다.
존 울프스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북한 및 핵무기 전문가도 ‘관심 끌기’에 대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그에 더해 “북한의 미사일 활동 강화는 북한이 이란과는 달리 자국 핵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정치, 경제적 양보를 얻지 못한데 대한 좌절의 증표일 수 있다”며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움직임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핵전문가인 조지프 시린시온도 "북한은 기본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며, 이번에도 북한이 여전히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미국에 기억시키기 위해 도발적 행동을 취하곤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의 경우 이들 외신보다 앞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교적 위기를 불러일으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자국 내에서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을 위협하는 대포동 2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의한 국내외 초긴장 상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1998년 8월 북한은 일본 바로 앞 동해상에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날린 적이 있었다. 당시 북한의 대포동 1호 실험 발사는 남한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아울러 서방국가들과 동아시아 모두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었다.
파장이 커지자 북한은 그 이후로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했었다. 그러나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한 동안 한층 개선된 대포동 2호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던 것이다. 이번에 실험 발사할 것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는 지난 1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까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호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은 현재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만일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 또한 잊지 않았다. 이 같은 경고는 지난 2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로버트 죌릭 국무부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당시 죌릭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아무리 미국이 경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국제법상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주권의 행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초긴장은 마찬가지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포동 1호 미사일에 충격을 받았던 일본 또한 긴장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 할 경우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고 북-일간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합의를 위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요미우리신문의 경우에는 “북한이 대포동 2호로 보이는 2단식 미사일의 조립을 완료한 사실이 미국과 일본의 정찰위성 등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북동부 함경북도에 소재한 발사장 주변에서 2단식 미사일 조립이 완료됐으며 이후 발사장 주변에서 군 부대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다만 연료가 주입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측이 미사일 낙하예상 지점을 시사하는 ‘경계수역’ 설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미사일 부품을 회수하기 위한 함정출동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정보수집 단계인 관계로 일본 고위 당국자들은 개별 정보에 관한 논평을 삼가고 있지만, 일본 방위청은 현재 해상자위대 이지스함과 전자정보수집기 EP3 등을 출동시켜 동해와 상공의 경계감시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6.15행사 취지가 무색해”
미국과 일본보다 가장 크게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정부이지 않을 수가 없다. 평화와 화합을 다짐하는 6.15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북측에 심각한 미사일 우려를 전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 또한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발사가 임박한지 여부 등에 대해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조 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반 장관은 “6자 회담에 대한 문제들도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까지 발사한다면 그것이 국제정세,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 등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 또한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다는 것이 아주 명시적인 단계, 예를 들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거나 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북한의 미사일 준비 과정은 상당히 수 주전부터 진행돼온 상황이며 우리는 이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다. 상황은 때로 진전됐다가 중단됐다가 일부 진전되고 하는 상황이라서 이를 기계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다소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안경호가 뿌린 기름에 불붙어 (이규택 사진)
6.15 남북공동선언 북측 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 위원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며 정치권을 건드려 놓은 탓인지 정치권은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16일 확대간부회의 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은 여하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 한다”며 “이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위협적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 대변인은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원칙과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의 합의에 따라 핵계획을 폐기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안경호 조평통 위원장의 불씨를 시작으로 북한은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함께 비난을 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북한은 스스로 상황을 어렵게 꼬이게 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을 뛰어드는 무모한 일”이라고 말하며,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은 지금 진행 중인 모든 남북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변인은 "한쪽에서는 6.15회담 6주년을 기념하고 한쪽에서는 가공할 무기인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도 미사일 시험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규택 의원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비용을 정부의 ‘대북 퍼주기’와 연계시키며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미사일 시험 발사는)엄청난 비용이 든다. 알다시피 북한은 경제가 어렵고, 수많은 인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무슨 돈이 있어서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이것은 바로 그동안에 우리가 상호주의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퍼주기식 지원에서 나온 핵무기 개발이 아닌가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정부에서는 투명성을 가지고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북한 지원을 재검토하고, 모든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DJ의 6월 방북 등 다양한 대북관계에 있어서 이번 미사일 발사위기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도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