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선로직스가 이달 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슈퍼마켓 도‧소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계열사 ‘바로코사’에 4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이 많다. 자본잠식상태인 삼선로직스가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선로직스는 2009년 2월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직전년도인 2008년만 하더라도 13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2006년 36억원 2007년 765억원에 이어 3년 연속 호실적을 내던 흑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업황 악화로 2009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 규모가 1조180억원에 달했다. 2010년과 201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2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지만, 다음해인 2012년 다시 7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후 네 차례에 걸친 출자전환으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다 과거 용선 계약과 관련한 소송에서 지난해 패소해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사실상 현재 삼선로직스의 금고는 텅 빈 상태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선로직스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바로코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결정한 40억원 규모 제3자 배정증자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부어넣었다. 바로코사가 발행한 신주는 보통주 80만주고, 액면가액은 5000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선로직스가 그나마 남아있는 자금을 저금해 향후 숨통을 트이기 위한 ‘비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삼선로직스의 40억 투자에 이 같이 불순한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할 경우, 회사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선로직스에 법정관리가 개시될 경우 계열사인 바로코사로의 출자가 무효화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삼선로직스는 바로코사의 지분 74%를 가진 최대주주고, 또 다른 계열사 삼선글로벌이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
◆ 송충원 회장, 법정관리 후 또 경영복귀 가능성
한편, 삼선로직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2009년 2월 이후 두 번째다. 1차 회생절차 신청직전 신용보증기금에서 150억원의 보증대출을 받아 논란을 산 전적이 있다.
삼선로직스는 1983년 설립된 중견 해운사로 2000년 초반 호황기때는 벌크선사 상위 5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로 2009년 2월6일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향후 실적개선으로 2년여 만인 2011년 5월 조기 졸업했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4년 만에 또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1차 회생절차 결과 340억여원의 채무를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인 국내 상장 해운사에는 2011년부터 2014까지 4년간 90억원을 변제하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2개의 해운사와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미 특정 해운사에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확정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다.
업계는 송충원 삼선로직스 회장이 1차 법정관리 때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다 법정관리 졸업 후 대주주 지위를 다시 얻은 점을 두고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하는 것 이라고 질타했다. 보통 상장기업의 경우 법정관리 등 경영상 위기가 닥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는데 삼선로직스의 경우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또 면죄부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2차 법정관리 신청 2주전 삼선로직스 공동대표인 허현철 사장이 사임한 것은 송 회장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상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이용해 ‘관리인’으로 두기 위한 ‘포석’ 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송 회장은 1차 회생절차 당시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해오다 조기 졸업 후 대주주 지위를 다시 얻어 회사를 운영해왔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선로직스에 대한 송 회장의 지분은 9%이고 이외 최대주주인 에스티앤아이 17.4%를 가지고 있는 등 특수관계인이 삼선로직스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