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선 실세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 21일 증인으로 출석한 박지만 EG 회장이 정윤회 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설에 대해 측근 전모씨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 10차 공판에 출석해 “누구를 지명해 알아보라고 했다기보다는 이걸 내가 검찰에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청와대에 관련된 사람, 정윤회란 사람이 있으니까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은 그간 4차례나 소환 불응한 끝에 지난 14일 구인영장이 발부되자 이틀 뒤 증인지원절차를 신청해 이날 공판이 시작된 지 5분여 뒤인 10시5분경 법정 내부의 법관 출입통로로 입정했다.
박 회장은 증인신문 중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17건을 본 기억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거의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으나 자신 부부에 관한 사항을 조사한 내용의 문건 1~2건을 비서인 전모씨에게 받아 읽었다는 건 시인하면서 “A4용지에 내용을 적은 정도”라며 청와대 공식 문건은 아니란 식으로 답했다.
특히 그는 ‘비선 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있는지 관련해선 “특이한 내용이 있어 본 기억이 있다고 검찰에서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씨가 미행 사건과 관련해 (미행 지시자로) 지목을 받은 적이 있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준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회장은 “정씨가 별거했다는 내용이 기억나는 것 같다”며 “정씨를 만나 부탁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가 기억이 난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문건을 건네받은 경위와 시기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도 문건 전달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다”는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선 “그건 추측이겠지만 전혀 그런 것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추가 답변을 적극 청하며 “조 전 비서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난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도 없고 심하게 말하면 그런 것에 냉소적”이라며 “그걸 잘 아는 분(조 전 비서관)이 날 이용해 뭘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박 경정과의 관계에 대해선 “미행 사건 당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준 행정관이 박 경정이었다”며 “2번 정도 만난 사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박 경정이 인사청탁을 했느냐”는 질문엔 “그런 일 절대 없다. 그런 말할 이유도 없고 그런다고 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고시자 동향보고’ 등의 문서가 박 회장에 전달됐으며 이중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