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청 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인사들을 2기 주요 당직에 대거 중용하면서 청와대와 친박계의 마음이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간 화기애애한 회동도 관계 회복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아울러, 유승민 사태로 68일간이나 중단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가 재개되면서 당청관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과 청와대, 정부 모두 보란 듯이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68일 만에 당정청 고위 회동 재개
새누리당과 청와대, 정부 등 여권 지도부는 22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겸한 고위 당정청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후폭풍에 따른 여권의 극심한 내홍으로 중단된 지 68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회동은 4+4+4 형식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진하 사무총장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또,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현정택 정책수석, 현기환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당정청을 아우른 여권의 최고 실세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회동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진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시간 30분여 간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 당정청의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갈등은 없고, 단합과 화합이 되고 있음을 보란 듯이 과시하는 성격이 짙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는 회의를 시작하면서 “당정청이 새로운 마음, 각오로 일심동체 돼서 국민 중심의 정치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앞으로 당정청 회의를 일상화시켜 수시로 정책 협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에 있어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금은 무엇보다도 민생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추경 처리와 경제활성화법안 등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나라 국민에게 부담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말에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말이 있다”며 “신중을 기하되 결기를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대표는 “개혁 하나하나가 기득권층과 이익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사항들이 많다”면서 “모든 개혁 작업은 반드시 국민과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고 국민적 홍보와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한 번 경험한 바가 있다”며 “국민의, 여론의 지지를 받도록 협조를 잘 하고 설득하겠다”고 당의 역할을 밝혔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지금은 단정청 전체의 총체적 협력과 팀워크, 하나 된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모처럼 당정청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생산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철 원내대표 또한 당청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당정청은 운명 공동체이자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당과 정부, 청와대는 국정의 삼위일체가 돼 민심을 받들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무한 봉사로 국민 기대에 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메르스 사태와 가뭄 여파로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있고 세계 경제 위기로 수출마저 부진해서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져 간다”며 “현재 시급한 현안은 추경의 시급한 통과와 민생경제 법안 처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야당의 원내대표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만나고 있다”며 “늦어도 이번 주엔 24일 본회의에서 추경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외에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 역시 김무성 대표와 마찬가지로 4대 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는 “4대 개혁 과제는 미래 세대는 물론 우리 모두의 상생과 번영을 위한 혁신”이라며 “특히 노동개혁은 일자리를 통한 내수 성장, 경제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기틀 마련에 매우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에, “하반기엔 노동개혁에 당력을 집중해 노사정 간 원활한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당정청이 오로지 국민이란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국민 중심에 서서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정청의 단합을 강조했다.
◆당정청 한 목소리로 ‘한마음 한뜻’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 자리에서 “앞으로 당정청이 활발히 소통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제가 특별히 많은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총리는 여당 지도부의 발언에 이 같이 화답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오늘 회의는 어려운 국정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당정청이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는 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당정청 간 소통이 국민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황 총리는 그러면서 당에 추가경정예산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황 총리는 “지금 내수 수출이 감소하고 대외 경제여건 역시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추경안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차질 없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이어, “이번 추경안은 오로지 국가경제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당에서도 좀 많이 협조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아울러, 황 총리는 “당에서도 협조해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다수 국회를 통과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노동개혁 등 개혁 과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의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현 정부가 성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당에서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여 당부했다.
이병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도 당정청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당에 추경 처리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병기 실장은 “당정청이 국민 중심으로 하나가 될 때 국민의 걱정을 해결하고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분 주에 추경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거듭 “이번 주 추경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경제회복에 귀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들이 이번 7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4대 개혁과 관련해서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도 경제활성화와 경제재도약,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은 우리가 꼭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으로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해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정부와 청와대는 하반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전력투구해나가겠다. 여당에서도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정부는 국정 5년의 반환점을 앞둔 시점”이라며 “어느 대보다 당정청 간 소통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의 지원 없이 정부가 성공할 수 없고, 정부의 성공 없이 당의 미래도 밝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당정청은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 웃고, 더 반갑고…관계 회복 과시?
당정청 수뇌부가 이처럼 단합과 협력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더불어 이날 회동 분위기 또한 박수도 치고 웃음꽃이 피는 등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시작 전에는 참석자들이 잠시 음료수를 마시며 서로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병기 실장과 인사를 나누면서 “얼굴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신다. 고생을 많이 하셔서…”라며 농을 건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병기 실장도 이날 회동이 반가운 듯 “우리가 며칠 만에 보는 거냐”고 새삼 묻기도 했다.
참석자들의 모두발언 도중에는 황교안 총리가 신임 당직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황진하 신임 사무총장을 빼먹자, 김무성 대표가 “황진하 사무총장도 있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이에 황 총리도 웃으며 “축하드린다. 저와 같은 종씨다”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김무성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이하고 황교안 총리는 취임 1개월, 이병기 실장은 취임 반년”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시켰다. 마치 당정청이 언제 갈등이 있었냐는 듯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웃고 반가워하는 모습들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모두발언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의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4대 부문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4대 부문 모두 당에 특위를 만들어 공무원연금개혁 특위를 가동했듯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1차로 노동개혁 특위를 만들어 최고위원 중 한 분을 특위위원장으로 선임해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아직 본인 의사는 안 물어봤지만 위원장으로 이인제 최고위원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추경과 관련해서는 “빠른 집행을 위해 24일까지 통과되도록 야당과 끝까지 협의하고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관심사 중 하나인 8.15특사 범위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일체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당정청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더욱 단합해 나가기로 했다”며 “국민을 중심으로 일하는 당정청이 될 것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회의에서는 청와대에서 강력히 요청한 추경안의 금주 내 처리 문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및 경기회복 뒷받침,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한 4대 개혁의 추진, 감염병 방역체계 개선방안 등에 대해 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금융, 교육 개혁의 경우 1차적으로 국민들이 그 개혁 내용을 충분히 공감하는 가운데 연말에는 개혁성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힘을 모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여 전했다. 아울러, 메르스 문제에 대해서는 “후속대책 및 방역체계 개선 방향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당과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메르스는 종식이 됐지만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무 추진 사항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향후 고위 당정청 회의는 필요시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당정청 고위 회동에 대한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기로 한데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들은 이날 회동과 관련해 “회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허 할 말은 모두 다 했다”며 “지금은 당청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정청이 앞으로 필요시마다 자주 만나 소통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