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저 장기화와 판매 부진 등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차가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우려보다 부진 폭이 크지 않고 창사 이래 최초의 중간배당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의 마음을 돌려놓을 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23일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어든 43조7644억원이고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 줄어든 3조3389억원이었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 역시 매출 22조8216억원(+0.3%), 영업이익 1조7509억원(-16.1%)으로 나타나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판매대수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판매 대수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2% 감소한 241만5777대로 국내 판매량은 3.0% 줄어든 33만5364대, 해외 판매량은 3.2% 감소한 208만413대로 집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종 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판매보증충당금이 증가하면서 영업부문 비용이 늘어났다”며 “그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1.2%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루블화,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반면 자국 통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및 유럽업체들의 공세로 경쟁이 심화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간배당에 쏠린 눈…주가 반등 이끌어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나왔음에도 오히려 현대차 주가는 반등했다. 증권가는 이미 실적 부진에 대한 전망이 주가에 반영돼 있는 상태에서 오히려 시장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뤄진 중간 배당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현대차의 실적이 저조한 것을 ‘쇼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시장 컨세서스 수준만큼 저조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세서스 이상의 저조함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차 실적을 바라보는 시장 기대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실적 발표 직전 공시한 중간배당 규모는 오히려 현대차 주가의 반등을 이끌었다. 현대차는 1주당 1000원의 중간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며 배당 총액이 268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미 현대차는 중간 배당 방침을 수 차례 밝힌 뒤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대상을 정리해 왔지만, 그간 시장에서는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별 반응이 없었다. 주주명부폐쇄가 이뤄졌던 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계획이 공시되자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어도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 이후로 싸늘한 반응을 경험했던 현대차가 주주 달래기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향후 배당정책 기조를 묻는 질문에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 사장은 “배당성향을 단기적으로 15%, 중장기적으로 글로벌업체 수준인 25~30%까지 확대하겠다”고 답한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주주를 달래기 위해 배당을 확대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투자자들도 현대차의 실적보다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회사-투자자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올 하반기 지역 및 시장별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전략 신차를 잇따라 선보여 신차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준중형 및 친환경차 신모델을 내놓고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신형 투싼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도 및 중남미, 아·중동 등 신흥시장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조기 출시해 SUV 수요 증가에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에 신차 출시가 집중돼 있어 판매 증대 및 공장 가동률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